"최고온도 -17도, 최저온도 -95도"…화성의 비밀 푸는 무인탐사선

입력 2019-03-01 17:17
과학 이야기

NASA, 작년 '인사이트' 발사
고성능 지진계 등 과학장비만 50㎏…화성 바람소리 세계 최초 공개
中 탐사선 '창어4호' 달 뒷면 안착…미국·러시아도 가보지 못한 곳 탐험


[ 윤희은 기자 ]
최고온도 -17도, 최저온도 -95도. 지난달 17일 무인 화성탐사선 ‘인사이트’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보내온 화성의 날씨다. 인사이트호 기상과학 책임자인 돈 반필드 코넬대 교수는 “화성이 지구와 얼마나 다른 대기환경을 지니고 있는지 인사이트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의 진 커넌 선장 이후 47년간 달이나 화성을 밟은 인류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우주 선진국들은 사람 대신 인사이트와 같은 무인탐사선을 보내 우주를 탐사하고 있다. 사람을 보내는 것이 위험한 데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탐사선을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NASA, 내년 달 탐사선 발사

NASA는 내년 우주선을 달에 보낼 예정이다. 아폴로 17호 이후 48년 만의 달 탐사다. ‘EM-1(Exploration Mission-1)’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 탐사계획의 핵심은 우주선 ‘오리온’에 있다.

오리온의 시작점은 미국 플로리다의 케네디우주센터다. NASA의 신형 우주발사체(SLS)에 실려 우주에 진입하며 발사 4일 만에 지구로부터 43만7321㎞ 떨어진 달에 도착한다. 오리온은 달 표면으로부터 100㎞ 지점까지 접근한 뒤 6일에 걸쳐 달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이후 발사한 지 25일 만에 지구로 돌아온다. EM-1이 성공하면 NASA는 2022년께 유인우주선 달 탐사 프로젝트인 ‘EM-2’에 착수한다. 이후 2026년까지 오리온을 활용해 달 궤도에 화성탐사용 기지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NASA가 EM-1 계획을 세우는 동안 중국은 기록적인 달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주 선진국인 미국과 러시아도 가보지 못한 달의 뒷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지난 1월 3일 네 번째 달 탐사선인 ‘창어4호’가 달의 뒷면에 안착했다고 발표했다. 창어4호에는 탐사로봇 ‘위투 2호’가 실렸다. 위투 2호는 파노라마 카메라와 지상관통 레이더 등을 통해 달 뒷면의 비밀을 풀어나가고 있다. 달 뒷면 탐사가 어려운 것은 탐사선이 달 뒤편으로 갈 경우 지구와의 직접 교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 중계용 위성을 따로 발사했다. 이 위성은 창어4호가 보낸 달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다시 지구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민간에서도 무인우주선을 통한 달 탐사에 나섰다. 이스라엘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IL’은 지난달 22일 달 탐사용 우주선 ‘베레시트’를 발사했다. 그러나 상황은 순탄치 않다. 발사한 지 4일 만인 지난달 26일 우주궤도 조정에 실패했다. 게다가 안에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고장이 발생했는지 파악하는 것에도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사이트, ‘화성 기상캐스터’ 역할까지

NASA는 지난 50여 년간 달보다는 화성 탐사에 집중했다. 1976년 바이킹 1·2호를 시작으로 마스패스파인더·소저너(1997년), 스피릿·오퍼튜니티(2003년), 피닉스(2008년), 큐리오시티(2011년) 등을 꾸준히 화성에 보냈다.

가장 최근에 화성에 보낸 무인우주선은 지난해 발사한 인사이트다. 예정 임무 기간은 2년이지만, NASA는 그보다 긴 2년6개월가량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이트는 화성의 기후와 지진파, 지질구조를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고성능 지진계와 지표용 온도측정기, 화성의 내부를 관측하는 X선 장비, 장비를 운반하는 로봇팔, 레이저형 거리 측정기, 각종 카메라 등을 탑재했다. 과학장비 무게만 50㎏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26일 화성에 착륙한 인사이트는 태양 전지 패널로 충전을 마친 뒤 본격적인 임무에 나섰다. NASA는 지난해 12월 인사이트에서 수집한 화성의 바람소리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인사이트는 지난달부터 특별한 업무를 추가로 맡았다. 기상캐스터처럼 매일 화성의 기상정보를 NASA에 보낸다. 기온은 물론 풍속이나 기압 등도 세밀하게 전달한다. NASA는 인사이트를 통해 화성에서 일어나는 ‘더스트 데빌’(회오리 모양의 먼지바람)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오랫동안 화성에 머문 오퍼튜니티는 지난달 최종적으로 임무를 마쳤다. 2004년 화성에 착륙한 오퍼튜니티는 임무 기간이 몇 개월 가지 못할 것이라는 NASA의 예측과 달리 2015년까지 42㎞를 주행하며 행성 탐사선 중 가장 긴 주행기록을 세웠다. 고대 화성에 물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채집한 것도 오퍼튜니티다. 오퍼튜니티는 지난해 6월 화성의 모래폭풍 이후 NASA의 통제센터 신호에 응답하지 않는 등 사실상 교신이 끊겼다. NASA는 지난달 13일 오퍼튜니티가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