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北 보도 읽어보니…'결렬' 언급도 미국 비난도 없어

입력 2019-03-01 08:29


북한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문에 서명을 하지 못했지만, 미국과 대화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계속 내비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도 '협상 결렬'이란 표현 대신에 '새 상봉' '생산적 대화' 등으로 북미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을 향한 날선 비난도 찾아보기 어렵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양국 정상이 "두 나라 사이에 수십여년간 지속된 불신과 적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해나가는 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양측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역사적인 노정에서 괄목할만한 전진이 이루어졌다는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며 "이를 토대로 북미 관계개선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데서 나서는 실천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건설적이고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상이 "북미 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나가는 여정에서 피치 못할 난관과 곡절이 있지만 서로 손을 굳게 잡고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여 함께 헤쳐나간다면 북미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가 전한 북미 정상이 추후 만남을 약속했다는 점과 생산적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는 언급,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합의를 앞으로 몇 주간 내로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는 언급과 궤를 같이한다.

반면 리용호 외무상이 하노이에서 자청한 기자회견의 경우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리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 달리 "북측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를 요구했다"며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고,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 조미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으시지 않았는가 하는 이런 느낌을 제가 받았다"며 "다음번 회담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하노이 핵담판'은 사실상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직후 연 단독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제재완화'와 관련된 것이 회담의 결렬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통해 매우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지만,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했지만, 북한 측이 원하는 수준의 제재완화를 취할 준비가 아직 안됐다"며 "비핵화를 해줘야 제재완화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향후 다시 만날 것을 고대한다"고 했다.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와줄 의향이 있지만, 이보다 앞서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방식에 동의해줘야 제재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미국 측의 확고한 입장이다.

미국 백악관은 28일 오후 1시40분께 "북미가 아무런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고 발표했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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