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핵담판 결렬
확대정상회담 이례적 4 대 3 배치
핵 담판 가장 중요한 자리…北, 볼턴 앞자리 비워 의도적 '패싱'
[ 김대훈 기자 ]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회담의 또 다른 변수였다. 협상을 앞두고 자취를 감췄던 볼턴의 등장과 회담 배석은 수많은 추측을 낳고 있다.
제2차 미·북 정상회담 이틀째 일정인 28일 확대정상회담은 4 대 3으로 열렸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볼턴 보좌관이 테이블에 앉았다. 북측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이 나왔다. 미국 4명, 북한 3명. 배석자가 다른 회담은 외교 관례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애초 양측이 합의한 회담이 ‘3 대 3’이었는지 ‘4 대 4’였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미국 측의 ‘+1’을 차지한 사람이 볼턴이었다는 점이다. 볼턴은 강경 외교노선을 지닌 ‘슈퍼 매파’이자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북한은 볼턴의 맞은편 자리를 채우지 않고 비워놨다. 회의장 모습이 공개되자마자 볼턴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북한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전문가 사이에서 나왔다. 이 협상의 결렬을 예고한 결정적 장면이었다는 게 사후적 평가다.
이날 확대회담은 양측 정상의 단독회담과 업무 오찬 사이에 있는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다. 비핵화를 포함한 여러 의제가 논의될 자리로, 담판의 가장 중요한 일정이어서 관심도 높았다. 이런 자리에 강경론자인 볼턴이 배석한 것을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북한이 볼턴을 의도적으로 ‘패싱’했다는 것이다.
볼턴은 오랫동안 북한이 기피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열린 제1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리비아식 비핵화’와 ‘선제 타격론’ ‘선(先)핵포기, 후(後)보상’ 등을 언급했다. 특히 리비아 모델은 카다피 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이후 정권과 목숨을 잃어 북한으로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모델이다. 북한은 당시 김계관 외무부 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볼턴을 직접 겨냥해 맹비난하기도 했다.
막판에 미국 측이 볼턴의 회담 참석을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회담 참석자 중 볼턴을 제외한 6명은 전날 만찬장 원탁에 둘러앉아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당초 볼턴은 백악관이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하노이 수행 명단에 빠져 있었다. 원활한 회담 진행을 위해 백악관이 그를 배제시켰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볼턴은 지난 27일 트위터에 “베트남과 북한 당국자들을 만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하노이에 있어 좋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지 않고 따로 베트남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뒤늦게 볼턴의 회담 참석을 고집한 것이라면 ‘판을 깨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