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크조선소 실적쇼크 후폭풍
재무개선 위해 주식 86% 감자
[ 김보형 기자 ] 한진중공업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진중공업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 손에 넘어간다.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사진)은 경영권을 잃는다. 한진중공업그룹은 사실상 도시가스 등 집단에너지(대륜 E&S)와 레저(솔모로CC) 부문만 남게 된다.
한진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발행주식의 약 86.3%를 차등 감자한다고 28일 공시했다.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30.98%)와 조 회장(0.50%) 등 대주주 지분은 전액 감자한다. 나머지 주식은 5 대 1로 감자한다. 감자 후 한진중공업의 자본금은 5303억원에서 727억원으로 줄어든다.
이번 감자로 조 회장과 한진중공업홀딩스의 한진중공업 보유 주식이 전부 사라지게 됐다.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 지주회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최대주주(지분율 46.5%)로 한진중공업 경영권을 행사해왔다.
한진중공업은 이날 공시를 통해 3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달 임기가 끝나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STX조선해양 사장을 지낸 이병모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산학교수를 새 사내이사 후보로 올렸다. 이 교수에게 한진중공업 회생을 맡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감자 이후 완전 자본잠식으로 주식 거래가 중단된 한진중공업에 약 6800억원의 출자전환으로 부채비율을 낮춰 경영 정상화에 나설 방침이다. 채권단은 또 한진중공업 경영정상화 계획의 이행 약정 기간도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729억원 등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해외 자회사인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지난달 현지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동반 부실에 빠졌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