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핵담판 결렬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
"北, 모든 제재 완화 원해…들어줄 수 없었다
함부로 서명했다면 '끔찍하다'는 반응 나왔을 것"
[ 주용석/설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핵 담판’이 결렬된 뒤 “북한과 커다란 갭(차이)이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15분께(현지시간) 숙소인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은 모든 제재를 완화하길 원하지만 비핵화를 해야 우리도 제재완화를 해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가 영변 외에 추가 핵시설을 알고 있다는 것에 북한이 놀란 것 같다”고 했다. 후속 회담에 대해선 “빨리 열리면 좋겠지만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전용기를 타고 하노이를 떠났다. 오후 2시부터 50분가량 열린 기자회견 내내 거의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회담 결렬 이유
▶회담이 결렬된 건 북한의 제재완화 요구 때문인가.
“그렇다. 북한은 모든 제재완화를 원했지만 나는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우리도 제재완화를 해줄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였지만,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비핵화는 아니었다.”
▶김정은의 비핵화는 무엇인가.
“우리 비전과는 일치하지 않았지만 1년 전보다는 가까워졌다. 궁극적으론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회담장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앞으로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차이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우리는 (비핵화 전까지) 제재를 유지하려고 한다.”
▶회담 결렬은 대통령의 결정이었나.
“내 결정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는 이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고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회담장 분위기는 어땠나.
“분위기가 좋았다. (나와 김정은은)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게 아니다.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악수했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진전이 있었고 더 많이 하길 원했지만 합의를 못했다”고 했다.)
▶회담이 성급하게 이뤄진 것 아닌가.
“항상 물러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함부로 서명했다면 ‘너무 끔찍하다’는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언제나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100% 오늘 서명할 수도 있었고 (합의문) 준비도 돼 있었다.”(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질문의 답변에서 “중국과의 딜도 마음에 안 들면 (회담장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
핵리스트 신고 어떻게
▶비핵화 진전을 위해 어떤 논의를 했나.
“여러 방안을 논의했다. 완전한 비핵화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나에겐 자명하다. 핵을 다 포기해야 한다. (비핵화를 하면) 북한은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김정은은 미래를 위해 나아갈 것이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 후 김정은이 미사일과 핵물질 생산을 늘린 것 아닌가.
“아니라는 사람도 있고, 그렇다는 사람도 있다. 상공에서 찍은 사진이 있는데 의견이 분분하다.”
▶영변 핵시설+α를 원했나.
“그렇다. 더 필요했다. (북핵 시설 중) 우리가 발견한 것들도 있었다. 우리가 우라늄 농축시설과 같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북한이 놀란 것 같다. 우리는 이 수준(영변 핵시설)에서 협상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영변 외에 굉장히 큰 규모의 핵시설이 있다”고 했다. 또 “미사일 핵탄두 무기체계가 빠져서 합의를 못했다”며 “핵목록 작성과 신고도 합의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핵시설 사찰을 논의했나.
“쉽게 사찰할 수 있다. 일부 부지와 우리가 알고 있는 곳들에 대해 사찰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합의가 안 됐는데,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 실험을 하는 것 아닌가.
“실험을 안 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언제 이번 합의가 안 될 것이라고 봤나.
“우리가 나눈 얘기는 지금도 그렇고, 계속 긍정적이었다. 사실 (과거에 ‘화염과 분노’ 등) 외교 역사상 가장 거친 언어를 사용했는데 이후엔 우리가 우호적 관계로 바뀌었다. 이 문제는 이전 대통령들이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다음 美·北 정상회담은
▶김정은과 다음 회담을 약속했나.
“안 했다. 열리면 열리고, 아니면 아니다.”
▶다음 회담이 곧 열리나.
“빨리 열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빨리 열리면 좋겠지만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장담 못한다. 만족스럽지 않은 딜에 합의하느니, 제대로 하는 게 낫다고 봤다.”
▶완벽한 비핵화가 돼야 제재완화가 가능한가.
“우리도 많이 양보할 의향이 있다. 미국을 포함해 다른 국가도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와줄 의향과 준비가 돼 있다.”
▶다음 회담을 위해 제재 더 강화할 건가.
“더 강화할 생각이 없다. 현재 제재가 매우 강하다. 북한에도 주민들이 있다. 그것도 중요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얘기했는데, 바로 옆에 핵 보유국이 있는 걸 싫어한다. 시진핑도 그 문제가 해결되길 원한다.”
한·미 군사훈련 어떻게 되나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한다. 나는 모든 정상과 좋은 관계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합의를 위해 많은 지원을 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이후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했는데.
“그건 내가 오래전에 포기했다. 할 때마다 1억달러가 필요하다. 많은 전투기가 괌에서 7시간 동안 날아와 수억달러어치 폭탄을 사용하고 돌아간다. 이게 마음에 안 들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훈련비를) 더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훈련은)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군사훈련 비용이 비싸다. 이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정은은 어떤가.
“우리는 서로 좋아한다. 정치제도는 완전히 다르지만 서로 좋아하는 관계다.”
▶김정은을 ‘내 친구’라고 했는데 오토 웜비어 사망에 대해 김정은에게 말했나.
“그렇다. 김정은이 유감을 표명했다.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수용소에 사람이 많다 보니, 김정은은 구체적인 인물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다.”
하노이=주용석 특파원/설지연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