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 등 경협株 곤두박질…"호재 없는 앞으로가 더 문제"

입력 2019-02-28 17:40
트럼프-김정은 핵담판 결렬

코스피 2200선 아래로 '털썩'
한반도 정세 안정 기대감에 들어왔던 외국인 자금들
다시 빠져나갈 수도


[ 강영연/최만수/이태호/고경봉 기자 ]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소식에 28일 대북 관련주가 급락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가능성 등 외부 악재에도 한반도 정세가 안정될 것이란 기대에 버티던 코스피지수는 22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호재’마저 사라지면서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 온 코스피지수가 급격한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노이發 충격에 주저앉은 코스피

28일 보합세로 시작했던 코스피지수는 장 막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찬이 취소됐다는 소식에 하락폭을 키웠다. 남북경협주로 분류되는 현대건설우(-21.21%) 현대엘리베이터(-18.55%) 현대로템(-12.20%) 과 경농(-21.76%) 조비(-19.22%) 등 비료주, 용평리조트(-24.83%) 등 관광주가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상회담 등 이벤트가 끝나면 조정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갑작스러운 회담 결렬 소식에 하락폭이 컸다”며 “남북경협주들은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은 종목들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냉각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부 악재도 영향을 줬다. 전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 하원 세입위원회에 출석해 미·중 무역협상 결과를 예측하기엔 이르다고 발언한 점,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진 점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3.82%) 등 미국 반도체 관련 기업 주가가 떨어진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날아간 마지막 호재

마땅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3월 초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 기간’이 끝나는 것이 변수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만한 요인도 많다. 고재욱 맥쿼리투신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연초 외국인들의 자금 유입에는 한반도 정세 안정에 대한 기대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며 “외국인 자금이 많이 몰렸던 대형 정보기술(IT)주와 기대로 많이 올랐던 남북경협주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투자자들은 지금 시장에서 발을 뺄지 고민해야 한다”며 “지난해 4분기 때 같은 급락장이 오진 않겠지만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코스피지수가 많이 오른 것도 부담이다. 지난 1월 3일 1993.70(종가기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이날 조정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10.12% 상승했다. 0.8배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도 1배 위로 올라왔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이었다면 큰 영향을 받지 않았을 수 있지만 지금은 두 달간 이어진 랠리에 피로감이 큰 상황”이라며 “지수보다는 개별 기업이 오르는 종목 장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미국과 북한의 2차 핵담판이 결렬됨에 따라 장 막판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5원60전 오른 1124원70전에 마감됐다. 오전까지만 해도 미·북 협상 합의에 대한 기대로 환율 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전날 종가보다 50전 내린 1118원60전에 출발해 1119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언론 공개 발언에서 훈훈한 모습을 연출한 오전 11시30분께는 1118원20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3시께 분위기가 변했다. 하노이선언 서명식 취소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1120원대로 올라서더니 서명식 취소가 확실시되자 30분 만에 5원 가까이 치솟았다.

신일평 라임자산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은 환차손을 우려해 한국 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날 원·엔 환율도 동반 급등했다. 장중 내내 100엔당 1010원 안팎을 유지했던 원·엔 재정환율은 막판에 5원 넘게 치솟아 1015원35전에 장을 마쳤다.

채권금리는 거의 변동하지 않았다. 이날 한국거래소 장내 국채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81%로 0.01%포인트 상승했다. 10년물은 연 1.99%로 0.01%포인트 올랐다. 한국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변동이 없었다. 한국 국채 부도에 대비한 보험료를 뜻하는 이 지표는 오후 4시 현재 5년물을 기준으로 전날과 같은 0.29% 안팎에 호가가 형성됐다.

강영연/최만수/이태호/고경봉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