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인천 계양산 부동산 되찾은 까닭은

입력 2019-02-28 15:10
연 20억원씩 계열사에 이자로 지급해야


≪이 기사는 02월28일(12:0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사진)이 그룹 계열사인 롯데상사로부터 인천광역시 계양구 일대 부동산을 인수했습니다. 이 땅은 신 회장이 2008년 롯데상사에 매각한 땅으로 11년 만에 되찾은 것입니다. 땅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롯데상사에 450억원을 갚아야 됩니다.

롯데상사는 2008년 8월29일 신격호 회장과 맺은 인천 계양구 부동산 토지매매 계약을 해제한다고 28일 공시했습니다. 계양산 일대에 자리잡은 이 땅 면적은 166만7392㎡에 달합니다. 이 회사는 신격호 회장에게 지급한 부동산 매매 계약금·중도금과 이자 450억원도 돌려받기로 했습니다. 신 회장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450억원 규모의 부동산매매대금을 대여금으로 변경하는 계약(준소비대차)도 맺었습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롯데상사 대여금 450억원에 연간 4.6% 금리를 적용받습니다. 대여금을 갚을 때까지 신 회장은 롯데상사에 연 이자로 20억7000만원을 내야합니다.

롯데상사가 신 회장에게서 인천 계양산 부동산을 사들인 것은 골프장과 테마파크를 짓기 위해서입니다. 이 회사는 부동산 매매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2008년 당시 롯데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진행했습니다. 부동산을 매입했지만 골프장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인천시 당국과 시민단체가 계양산 환경을 해친다며 골프장 건설에 반대한 탓입니다. 2012년 4월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같은 이유로 계양산 골프장 건설계획을 철회했습니다. 롯데는 2013년 2월 인천시를 상대로 골프장 건설을 재개해 달라는 내용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2014년 2월 1심, 2015년 7월 2심에 이어 지난해 10월 최종심에서도 패소했습니다. 롯데상사의 계양산 골프장 건설 계획도 백지화됐습니다.

계획이 무산된 만큼 롯데상사도 신 회장과 맺은 부동산 매매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앞으로 신 회장으로부터 매년 20억원대 대여금 이자를 챙길 전망입니다. 롯데상사는 롯데지주가 지분 41.37%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호텔롯데(지분 34.64%) 롯데알미늄(6.24%) 등 계열사는 물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8.01%)도 주주입니다.

이번 거래로 신격호 회장의 유별난 ‘땅사랑’도 다시 회자됩니다. 전국의 알짜배기 부동산을 사들여 개발한 이후 평가차익을 올리는 등 남다른 부동산 투자 수완을 발휘했습니다. 1968년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사옥 부지를 시작으로 1970년 들어 서울 소공동의 반도호텔 부지를 사들여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을 짓습니다. 1981년부터 잠실 땅을 사들여 롯데월드를 세우고 1987년에는 롯데월드 인근 땅을 또 사들여 제2롯데월드를 건설합니다. 신 회장도 전국의 알짜배기 땅을 사들였지만 2000년 들어 보유한 부지를 줄줄이 매각합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신격호 회장은 2000년 들어서 경기도 평택시와 오산시, 충북 충주시 목행동 등에 소유한 부동산 11곳을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에 매각했습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