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트럼프가 대폭 양보할 가능성 높다"…일본에 '최악 시나리오' 가능성에 불안한 일본

입력 2019-02-28 09:50
수정 2019-02-28 10:30

“자칫 북한에 대한 제재압력만 낮아진 상태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방치되는 일본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니혼게이자이신문)

본격적인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언론들은 국내 정치 문제로 위기에 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급하게 조그만 성과라도 거두기 위해 북한에 대폭 양보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회담 시작 전부터 미·북 정상회담이 사실상 북한 측의 ‘판정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27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친교 만찬’에 앞서 미국 언론들의 진문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의회 청문회 증언에 집중됐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베트남 하노이에서 철야로 코언의 증언 중계방송을 시청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내정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수세에 몰린 국내 정치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낸 것을 어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국내 정치 스캔들에 쏠린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욕구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북한과 어느 정도 타협을 해서라도 최대한 회담이 성공한 것처럼 연출하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협상 상대국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한 뒤 회담에 임하는 북한 정권의 특성과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순발력이 있는 김정은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회담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아사히신문은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훈련의 일시중단 결정이 내려진 것은 주한미군을 부담이라고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북한이 주도면밀하게 연구한 결과”라며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냉면 얘기로 김정은이 한국을 기쁘게 했던 것처럼 상대를 기쁘게 하는 김정은의 순발력이 미국의 양보를 많이 이끌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1차 회담 후 8개월간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회담은 성공적이라는 평을 듣는 게 중요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회담결렬 언급도 나왔던 1차 회담 때와 달리 이번에는 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됐고 트럼프 대통령도 대외적인 기대치를 낮추는 발언을 미리부터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 분야에서 ‘작은 성과’라도 거두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대북 강경파로 불리는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김정은과의 만찬석상에서 배제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이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경협사업을 용인하는 카드를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신 북한이 영변과 동창리, 풍계리 외에 ‘플러스알파’시설의 폐기와 사찰을 허용해 미국에 최대한의 성의를 보일지가 관건”이라고 봤다.

산케이신문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한국은 매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일본이 대북경제지원에 끌려들어가는 것 아니냐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일본 외교가 일각의 반응을 전했다.

한편 주요 일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투숙호텔 및 회담장이 표시된 베트남 하노이시내 지도를 일제히 지면에 게재했다. 회담장이 눈에 띄게 김정은 투숙호텔과 가까이 있어 지나치게 북한에 유리한 동선이 아니냐는 시각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