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北 극한직업
(1) 방탄경호원 (2) 총알통역사 (3) 재떨이 셔틀
[ 김채연 기자 ]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월드 스타’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뉴스메이커’로서 주목을 끌기에는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 23일 평양에서 출발하면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무려 66시간이 걸리는 특별열차행을 택해서다. 3시간30여 분 걸리는 비행기 대신 열차를 타자 외신들은 ‘상상을 초월한 행군’이라고 표현했다.
김정은의 사소한 현지 행보도 단연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김정은은 26일 하노이 첫 행보로 북한대사관을 방문했다. 김정은이 건물에 들어서자 북측 관계자들은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에게도 크게 들릴 정도였다.
김정은의 ‘방탄경호단’은 이번에도 화제가 되고 있다. 건장한 남성 12명이 ‘V자 대형’으로 김정은의 차량을 에워싸고 뛰면서 경호해 ‘인간방패’ ‘방탄경호단’이라고 불린다. 지난해 4·27 남북한 정상회담과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독특한 철통 방어는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외신들도 이들을 향해 ‘러닝 보디가드’라며 보도하고 있다.
김정은의 통역사도 ‘총알 통역사’라 불리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정은의 통역사는 26일 동당역에서 베트남 정부 관계자에게 걸어가는 김정은을 향해 헐레벌떡 쫓아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장면을 첨부하면서 ‘질주하는 통역사(sprinting translator)’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통역사를 하기엔 재능이 아깝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로 올림픽에 나가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김정은의 여동생이자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인 김여정이 두 손으로 재떨이를 들고 김정은의 꽁초를 받는 모습은 희화화 대상이 됐다. 외국인들은 김정은의 권위적 행동과 북한 지도부의 수행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재떨이 셔틀도 마다하지 않는 북한의 극한직업’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행동이 김정은의 DNA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 관계자는 “김정은이 왕으로 군림하는 북한의 상황이 해외에서는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김채연 정치부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