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도 '언택트 마케팅' 바람

입력 2019-02-26 18:22
"영업직원 눈치 안보고 펀드 사고 싶어요"…소비자 늘어

고객이 자유롭게 상품 탐색
필요할 때만 직원 도움 받아



[ 나수지 기자 ]
여윳돈 5000만원으로 펀드에 가입하려던 30대 A씨는 증권사 지점을 찾아 상담을 받으려다 온라인 가입으로 마음을 돌렸다. 직원과 상담하면 권유하는 상품에 꼭 가입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지점 직원이 자신에게 맞는 상품이 아니라 실적 올리는 데 유리한 상품을 권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막상 혼자 펀드 상품을 고르려니 상품 종류도 다양하고 가입 절차도 복잡해 도움이 필요했다.

A씨 같은 투자자가 늘면서 증권사들이 ‘언택트 마케팅’ 경쟁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금융상품을 고를 때 직원과 얼굴을 마주하는 건 꺼리지만 정보는 얻고 싶은 투자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증권은 올초 프라이빗뱅커(PB)들을 모아 디지털상담팀을 신설했고, 펀드온라인코리아는 투자자 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늘어나는 온라인 금융상품 가입

언택트란 접촉이라는 의미의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다. 고객과 직원의 대면을 최소화해서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이다. 화장품 매장에서 직원이 설명해 주는 게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위해 ‘구경할게요’가 적힌 바구니를 비치해두거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직원이 아니라 기계가 주문을 받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유통업계에서 시작된 언택트 마케팅이 증권업계까지 확산한 건 온라인 금융상품 거래가 빠르게 늘면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를 통해 100만~5000만원을 금융상품에 투자한 26~35세 고객의 79%가 온라인을 통해 상품에 가입했다. 2010년엔 이 비중이 36%에 불과했지만 8년여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공모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랩 등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모두 포함한 결과다.

빠르게 늘어나는 비대면 투자자를 잡으려는 증권사 움직임도 분주하다. 삼성증권은 올초 디지털 상담팀을 신설했다. 온라인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투자자들이 자산 전망이나 펀드 운용 방식 등이 궁금할 때 전화로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다. 홍상기 삼성증권 디지털상담팀장은 “온라인 고객이 언제든 전화로 문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지점 PB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기 때문에 시황, 자산 전망 등 투자 상담을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콜센터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지점 직원들은 투자 상담을 담당했지만 신설한 조직에선 비대면으로 두 가지 상담을 모두 제공한다.

비대면 상담 강화하는 금투업계

펀드온라인코리아는 투자자 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펀드 추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 어떤 성향의 상품에 가입했는지, 거래 빈도는 어땠는지 등 개인별 투자 정보를 수집해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신재영 펀드온라인코리아 사장은 “온라인에서 스스로 금융상품을 고르는 투자자라도 상담이나 상품 추천이 필요할 때가 생긴다”며 “기존 펀드온라인코리아는 투자자 선택권은 넓었지만 상담기능이 부족했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상품개발팀 출신이 뭉쳐 설립한 자문사인 플레인바닐라는 아예 고객 상담을 카카오톡이나 블로그 등으로만 받는다. 공간이나 시간 제약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투자자 만족도도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 대표는 “문자로 상담하기 때문에 직접 만나거나 전화할 때보다 수치나 자료를 제공하기 편하다”며 “투자자들도 수시로 질문할 수 있고 상담 내용을 복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비대면으로 상담이 이뤄지지만 투자자 만족도는 대면 상담 이상으로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홍 팀장은 “비대면 고객들은 금융상품에 대해 많이 공부한 상태이기 때문에 많은 양의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받아가는 특징이 있다”며 “젊은 층이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면서 증권사들이 비대면 서비스에 갈수록 더 많이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