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주당 2만원 이상의 고액 배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규모 배당총액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동시에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면서 엘리엇의 제안을 거절했다.
26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주주인 엘리엇은 다음달 22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의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데 이어 대규모 기말배당을 요구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 체제'로 세대교체를 알리는 이사 선임 안건 등을 의결했다. 하지만 엘리엇이 추천한 이사들은 배제됐다. 향후 주총에서 이른바 '표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현대차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존 Y. 리우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과 로버트 랜달 맥이언 발라드 파워 시스템 회장, 마거릿 S 빌슨 CAE 이사 등 3명을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이에 "후보자들의 업무 경력 등을 검토하고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문성과 다양성 등의 관점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자가 더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이 같은 제안을 거부했다.
현대모비스도 엘리엇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과 관련한 주주제안에 대해 "일반적인 측면에서 이사회의 다양성을 보강할 여지는 있지만, 회사 측에서 사외이사로 추천한 후보들이 미래차 부문의 경영 및 기술 분야와 투자 및 재무 분야에서 단연 글로벌 최고 전문가들이라는 판단"이라며 반대의견을 내비쳤다.
이어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제고 효과를 고려하면 회사 측에서 제안한 후보들이 앞으로 미래사업을 추진하는데 최적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엘리엇은 모비스 측에 현재 '3인 이상 9인 이하'로 정관에 명기된 이사의 수를 '3인 이상 11인 이하'로 변경해달라는 주주제안도 넣었다.
현대모비스는 "회사의 규모, 사업구조, 이사회 내 위원회의 운영, 사외이사의 전문성에 대한 효율적 활용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때 현재의 이사 수가 가장 최적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반대했다.
엘리엇은 특히 현대차와 모비스에 각각 기말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총 4조5000억원)과 2만6399원(총 2조5000억원)을 나눠달라고 제안했다.
현대차는 "이러한 배당규모는 지난해 순이익을 크게 초과하는 수준"이라며 주주들에게 주당 3000원의 배당에 동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역시 "2조5000억원대 배당총액은 회사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반대한다"며 "중장기 투자계획과 현금운용계획에 기반한 배당 및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일시 배당액 증대 요구에 응하는 것에 비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보다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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