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O 신설법인 기업가치 1조원 책정
어피너티, 지분 60% 인수해 경영권 행사
≪이 기사는 02월26일(15:1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이 계열사인 서브원의 MRO(소모성 자재구매) 사업부문 매각을 위해 홍콩계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26일 MRO업계에 따르면 LG 측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서브원의 MRO 사업 매각을 확정한 뒤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기업결합심사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 늦어도 4월 초에는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다.
거래 대상은 서브원의 MRO 사업부문이다. LG그룹은 지난해 12월 서브원에서 MRO 사업을 떼어내 신설법인(가칭 서브원)을 설립키로 했다. 신설법인의 기업가치는 1조원 안팎으로 책정됐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이 신설법인 지분 60.1%를 6020억원에 인수한다. 건설·건물관리·레저 등 남은 사업은 존속법인(가칭 S&I)으로 운영된다.
LG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위해 지난해부터 서브원의 MRO 사업부문을 매각키로 하고 인수자를 물색해왔다. 다수의 국내외 PEF들이 인수에 관심을 가졌지만 LG그룹은 경쟁 입찰없이 지난해 11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MRO 매각 초기부터 장기간동안 협상을 진행하며 쌓았던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의 이슈로 국내 대기업들이 내부 계열사가 아닌 외부 입찰을 통해 MRO물량을 수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인수에 나섰다. 서브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MRO업체로 인적 자원이나 물류시스템이 경쟁회사에 비해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앞으로 서브원을 중심으로 MRO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적인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2013년 SK그룹의 음원 서비스업체 ‘멜론’을 인수했으며, 2017년에는 현대카드, 지난해에는 현대커머셜과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등에 소수 지분을 투자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국내 대기업과 협업 해왔다. 멜론의 경우 인수 후 회사를 키운뒤 카카오에 매각하며 투자원금 대비 5배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당시 SK그룹은 경영권 매각 후에도 2대주주로 남아있다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카카오에 회사를 매각할 때 공동으로 지분을 매각하며 상당한 차익을 남겼다.
MRO 업계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MRO산업은 대기업 계열사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경쟁이 심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비롯해 다수의 PEF들이 가세할 경우 입찰 경쟁 심화 등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동훈/오상헌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