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불패·신도시 브랜드 등 통념 깨져
1000가구 넘는 대단지 청약결과에 '관심'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분양 시장에서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무조건 된다는 '분양 공식'들이 줄줄이 깨지고 있다.
지난 달에는 서울에서는 무조건 청약이 마감된다는 '서울불패' 신화가 깨졌다. 서울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115㎡B∼D는 1순위에서 미달이 났다. '신도시 브랜드'의 공식도 통하지 않고 있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가 5개 주택형의 2순위 일반 모집을 받은 결과 최종 잔여 물량 283가구가 나왔다. 전용면적 75·84C㎡는 1순위에서, 84A㎡는 2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그러나 105㎡, 84B㎡에서 각각 잔여물량들이 나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1000가구가 넘는 랜드마크급 아파트들이 이번 주에 청약을 받는다. 1000가구가 넘는 단지는 '대마불사(大馬不死)'라 불리며 중소형 단지에 비해 인기를 누려왔다. 시장에서 유동성이 좋고 아파트 관리나 편의시설면에서도 소규모에 비해 유리한 까닭이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경우에는 주변에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경우는 더욱 그랬다.
◆1순위 청약 가늠자 특별공급, 희비 엇갈려
26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서는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와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의 1순위 청약을 받는다.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는 이날 특별공급을 받고 오는 27일에는 청약 1순위를 앞두고 있다. 3개 단지 모두 대규모인데다 교통이나 인프라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관전 포인트는 '분양가'다. 시세와 비슷하게 책정된 분양가를 수요자들이 받아들일지가 이번 청약의 관검이 될 전망이다.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차익이 예상되는 '로또 아파트'는 이제 드물다. 집값이 하락하는 추세에서 차익실현이 거의 없는 아파트에 '소신 청약'이 얼마나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 3구역을 재개발하는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분양가를 주변 시세 수준으로 책정했다. 단지는 전용 39~114㎡의 1116가구 규모로 이 가운데 419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전용 59㎡A형은 7억720만원, 전용 84㎡A형은 8억9128만원이다. 114㎡의 경우 10억원을 넘는다.
이 단지는 작년 상반기에 분양이 되려다가 연기된 전력이 있다. 당시 분양가 보다 1억~2억원 가량 분양가가 뛰었다. 게다가 작년말 인근에서 입주한 '홍제원 아이파크'의 시세와 큰 차이가 없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홍제원 아이파크 전용면적 84㎡ 입주권은 지난달 9억1700만~9억3000만원에 팔렸다. 작년 9·13대책이 시행되기 전에는 10억원 이상에도 거래됐지만, 최근들어 시세가 하락했다.
서대문구는 투지과열지구로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뽑는다. 전매도 제한되고 세대주만 청약이 가능하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비와 중도금에 붙는 후불이자까지 보태면 부담은 더하다. 전용 84㎡의 경우 실제 발생하는 비용이 9억원을 훌쩍 넘긴다. 20%의 계약금과 중도금 20%를 감안하면 3억원 이상은 현금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가격만 놓고보면 부담스러운 조건들이다. 그럼에도 전날 접수된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는 전주택형이 마감됐다. 전용 39㎡와 59㎡A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39㎡에는 2가구 모집에 41명이 몰렸고, 59㎡A에는 8가구 모집에 161명(당해·기타지역 포함)이 접수했다.
단지는 강북권에서는 입지가 좋은 편이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이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아파트고, 중소형 중심으로 일반분양분이 나왔다. 도보 5분 거리에 인왕초등학교, 도보권에 인왕중학교가 위치한 학세권 입지까지 갖췄다.
◆예상보다 저조한 특공 경쟁률, 1순위로 만회할까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2구역에 공급하는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의 모델하우스에는 주말동안 약 2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1199가구 중 659가구가 일반분양분이다. 전용면적별로는 △59㎡ 196가구 △68㎡ 5가구 △84㎡ 353가구 △97㎡ 44가구 △105㎡ 61가구 등이다.
일반분양분에 중대형 면적이 많은 편이고 로열층도 골고루 분포됐다. 노후된 평촌신도시를 대체할 수 있는 주거지로 교육환경과 편리한 교통이 장점인 단지다. 안양중앙초와 지하보도로 바로 연결되며 부흥중·고, 부림중, 평촌중·고, 범계중 등이 단지 인근에 있다.
이 단지 또한 관건은 분양가였다. 분양가가 안양에서 처음으로 3.3㎡당 2000만원을 넘긴 단지다. 전용 84㎡A형의 분양가는 7억1880만원 정도다. 가격은 상징적이지만, 주변에서 거래되고 있는 시세나 분양권 보다는 낮은 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집단 대출 보증이 가능하다.
그러나 특별공급 결과는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왔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마감을 했지만,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28가구를 모집하는 전용 59㎡의 경우 안양에서는 45명, 기타지역에서는 50명이 몰렸다. 경쟁률이 3.3대1 정도를 나타냈다. 전용 84㎡A의 경우 21가구를 모집했는데, 22명이 접수했다.
특별공급 청약을 받는 아파트가 있다. 효성중공업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태릉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하는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다. 강북권에서 흔치 않은 재건축 단지다. 전용 49~84㎡의 1308가구 가운데 560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지하철 6호선과 7호선이 인접하고 태릉초, 공릉중 등 다양한 학군에 중계도 학원가도 가까운 편이다.
일반분양분은 전용 59㎡와 74㎡에 집중됐다. 분양가는 49㎡가 3억300만원 정도이며 59㎡가 4억9000만~5억원대, 74㎡는 5억5000만~6억1400만원 정도다. 84㎡가 6억3000~6억7000만원대로 같은 면적에도 분양가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다. 때문에 주변 시세와 차이가 크지 않지만, 싼 경우도 있고 비싼 경우도 있다. 분양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분양 시장에서도 예상을 빗나가는 청약결과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압박은 더할 전망이다. 다음 달부터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민영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항목이 현행 12개에서 62개로 늘어난다. 현재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여기에 원가공개 항목을 덧붙이게 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