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조성렬 前안보전략硏 연구위원
[ 이미아 기자 ]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현실적인 조치를 내놓고, 미국이 그에 따른 상응 조치를 제시한다면 그 자체가 ‘빅딜’입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사진)은 2차 미·북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국내에서 지나치게 빅딜과 스몰딜이란 이분법적 접근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전 연구위원은 이번 회담을 “백척간두 위에서 첫걸음을 떼는 것”에 비유했다. 그만큼 양쪽 모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회담 결과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비핵화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30대의 젊은 독재자가 과연 핵을 끌어안은 채 각종 제재에 시달리며 굶주리는 걸 택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 비핵화는 미국으로서도 세계 핵확산을 막음과 동시에 자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조 전 연구위원은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이 더 이상 과거 잣대로 국제 정세를 파악하기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 경찰’이란 미국의 이미지를 깨고 ‘동맹도 우리 이익에 어긋나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란 새로운 시류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한국 정부의 외교력을 크게 향상시킬 좋은 기회라고도 했다. 조 전 연구위원은 “그동안 국제 사회에선 강대국들의 합의에 따라 약소국들의 운명이 결정됐지만 이젠 강대국과 약소국 구도 자체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정부가 미국과 긴밀히 공조하지 않았다면 두 차례의 미·북 회담이 성사되긴 어려웠다고 본다”며 “남북한과 미·북 관계 개선에 따라 한국이 중견국으로서 능동적인 외교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 시기와 관련, “3월 말~4월 초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조 전 연구위원은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을 전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며 “김정은으로선 우리 정부로부터 경제협력이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 뒤 서울에 오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2차 미·북 회담과 베트남 공식방문 일정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시 주석과 만나 회담 결과를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