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e스포츠 구단 'T1' 분사
美 최대 인터넷社와 합작사 설립
[ 이승우 기자 ]
SK텔레콤이 세계적 미디어·엔터테인먼트회사인 컴캐스트와 글로벌 e스포츠 시장 진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종목에서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SK텔레콤의 e스포츠구단 T1을 글로벌 회사로 함께 키우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 싱클레어와 손잡은 데 이어 미국 최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인 컴캐스트와 협력하면서 미국 시장 진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클라리스호텔에서 컴캐스트그룹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컴캐스트 스펙타코어와 조인트벤처인 T1엔터테인먼트&스포츠 설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컴캐스트는 연매출 945억달러(약 110조원·작년 기준)를 올리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케이블TV·방송사이자 미국 1위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다. 가입자는 5400만 명에 달한다. 콘텐츠기업인 NBC 유니버설과 드림웍스, SKY 위성방송사, 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이 속해 있다.
SK텔레콤은 사내 부서인 e스포츠구단 T1을 분사한 뒤 합작회사인 T1엔터테인먼트&스포츠의 최대 주주가 되고 컴캐스트는 지분 투자를 통해 2대 주주가 될 예정이다. 조인트벤처 출범은 2분기께 이뤄질 전망이다. 양사는 2억 명에 이르는 세계 e스포츠 시청자를 타깃으로 글로벌 e스포츠팀 공동 운영, 콘텐츠 공동 제작,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 등을 추진한다. e스포츠계의 ‘FC바르셀로나’와 같은 글로벌 대표 구단으로 육성하는 게 목표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가 지난해 8억6900만달러(약 1조원)에서 2022년 29억6300만달러(약 3조3000억원)로 연평균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9억달러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페인 축구리그 라리가의 시장 규모(약 28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현재 LOL 위주인 구단도 다양한 게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컴캐스트의 콘텐츠 기획 및 제작 능력을 활용해 게임 관련 콘텐츠를 대폭 늘린다. 현재 게임 방송은 트위치,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영상 플랫폼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데 자체 플랫폼을 개발해 선수들의 게임 영상을 내보내는 방식도 고려 중이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옥수수’를 통해서도 게임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옥수수 분사와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를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컴캐스트 스펙타코어에서 e스포츠를 담당하는 터커 로버츠 총괄이 참석했다. 컴캐스트 창업자인 랠프 로버츠의 손자로 지난해부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로버츠 총괄은 “e스포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할 기회”라며 “미국 유럽에서 인기 있는 K팝이나 K콘텐츠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e스포츠에 접목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콘텐츠도 개발할 계획이다.
바르셀로나=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