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조희룡 '백매도'

입력 2019-02-25 17:38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 김경갑 기자 ] ‘봄의 전령’ 매화는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심미안을 키워온 꽃이다. 단아하고 청초할뿐더러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꽃보다 앞질러 핀다고 해서 춘고초(春告草)라 불렸다. 조선시대 후기 화가 조희룡(1789~1866)은 매화를 즐겨 그리며 자신의 호를 ‘매화 늙은이’라는 뜻의 ‘매수(梅)’라고 했다. 매화를 그리다 흰머리가 됐다고 했을 만큼 매화를 끔찍이 사랑한 그는 매화도는 물론 매화차와 매화시를 즐겼고, 매화를 예찬한 책 《석우망년록》도 남겼다.

조희룡이 그린 ‘백매도’는 서울대박물관에 소장된 수작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이제 막 피어난 백설기 같은 매화 꽃잎들을 디테일하게 잡아냈다. 둥치는 용처럼 꿈틀거리고 가지들은 사방으로 힘차게 뻗어 있다. 붓자국 사이사이에 흰 공간이 표현되는 비백법(飛白法)과 윤곽선 없이 꽃잎을 찍듯 그리는 몰골법(沒骨法)을 탁월하게 구사했다. 맑고 은은한 배색의 매향은 군자의 기개를 연상케 한다.

조희룡보다 한발 앞서 매화를 극진히 사랑한 조선시대 지식인 매월당 김시습이 남긴 ‘매불매향(梅不賣香)’이란 말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추워도 지조를 잃지 않고 가난해도 절개를 굽히지 않는 매화는 결코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뜻이다. 힘들고 어지러운 세상에 하얀 매화정신이 더욱 그리워진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