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란 지식사회부 기자) 대학에 무단침입해 컴퓨터 수십대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채굴한 인도네시아 출신 불법체류자 A씨(22)가 지난 10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 25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공용컴퓨터실에서 컴퓨터 27대로 비트코인 채굴 프로그램인 ‘허니마이너’를 돌렸다고 합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과거 이 대학에 다녔던 유학생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대학 측은 “2014년 신입생으로 입학했다가 중간에 등록을 하지 않아 지난해 9월 제적처리됐다”고 밝혔습니다.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온 A씨가 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채 불법체류자가 됐는지, 또 왜 굳이 학교에 머물며 비트코인을 채굴했던 것인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A씨처럼 유학생이나 어학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와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합니다.
25일 법무부에 따르면 작년 9월 현재 한국어 어학연수생 등 유학생 신분으로 왔다가 눌러 앉은 불법체류자가 1만 1176명에 달했습니다. 유학(D-2)과 어학연수(D-4) 비자로 들어와 불법체류자가 된 외국인의 숫자지요. 지난해 대학 및 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에서 공부한 외국인 유학생(14만 2205명·2018 교육기본통계)의 7.86% 규모입니다. 이들 유학생 불법체류자의 증가세도 가파릅니다. 2017년 9월 6601명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지요.
유학생 불법체류자는 어쩌다 이렇게 늘었을까요? 대학 재정난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등록금 동결과 학령 인구 감소에 직면한 대학이 재정난을 타개할 돌파구를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죠.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학연수생 1명을 유치했을 때 대학이 얻는 수입이 한국인 대학원생 1명을 유치했을 때보다 3배 많다고 합니다.
재정난이 심각한 대학은 사실상 불법체류자 양산을 돕다가 ‘뭇매’를 맞기도 합니다. 지난 19일 한 경기도 소재 대학의 국제교육원 소속 직원 4명이 외국인 유학생에게 불법취업을 알선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됐습니다. 이 대학의 전 국제교육원 팀장이 아웃소싱업체 대표와 문자 등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유학생 6명의 취업을 직접 알선했다고 합니다. 이들 교직원은 취업한 유학생에 대해 정상수업을 받은 것처럼 출석부를 조작하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렇다면 어학연수생과 유학생 수를 줄여야 할까요? 대학 관계자들은 “그게 답이 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수십년 전 영국, 호주 등의 대학이 지금의 한국과 똑같은 고민을 했고 유학생 비율을 18~19%로 높이면서 돌파구를 찾은 게 사실”이라는 겁니다. 유학생 수가 많다는 것은 그 나라 고등교육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고요. 물론 단순 숫자에 집중하기보다 유학생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입국 허가와 선발 방식을 손봐야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실제 정부는 해외 유학생의 불법체류 등을 막기 위해 다음달부터 우선 베트남 학생을 대상으로 비자발급 재정 요건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합니다.(관련기사 : 법무부, 외국인 유학생 TOPIK 의무화 방안 철회) 기존에는 베트남인이 D-4 비자를 얻으려면 현지에 진출한 한국 은행에 1만달러(약 1124만원) 이상을 예치하고 계좌에 돈이 있는 것만 증명하면 됐지만 이제부터는 등록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1학기 동안 유지해야 합니다.
도입을 검토했던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의무화는 추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 법무부는 간담회에서 △베트남 중국 등 26개국 국적자 D-4 어학연수생은 TOPIK 2급 이상을 먼저 따야 입국 가능하도록 규정 △각 대학 어학연수생 정원을 신입생의 20% 이내로 제한 △학사는 TOPIK 3급, 석박사는 TOPIK 4급을 의무화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었는데요. 이 방안들에 대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매달리는 대부분 대학이 거세게 반발했다는 후문입니다. (끝) /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