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HOT·고단백 등 시리얼 대변신에 중년층 지갑 '활짝'

입력 2019-02-25 10:27

분당에 거주하는 한인용 씨(58)는 아내와 자녀들을 해외로 보내고 혼자 오피스텔에서 거주하고 있다. 출근 전 식사를 간편하게 하기 위해 마트를 둘러보던 중 시리얼을 접한 이후 정 씨는 아침마다 시리얼로 식사를 한다. 정 씨는 "그동안 시리얼을 아이들 간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든든하다"며 "다양한 시리얼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2조원대 규모로 커진 가운데 원조 간편식인 시리얼을 찾는 중년층이 대폭 늘어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비자들의 입맛을 붙잡기 위해 시도한 건강식 시리얼 등이 중년층 입맛을 공략했다는 분석이다.

25일 이커머스 업체 티몬에 따르면 50대 이상 소비자의 시리얼 구매량은 2017년 17%, 2018년 49%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10~40대의 시리얼 매출 증가량이 각각 2%, 19%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중년층의 시리얼 구매 증가 추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중년층의 시리얼 구매 증가는 건강식으로 특화한 시리얼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뮤즐리(통 귀리와 기타 곡류, 생과일이나 말린 과일, 견과류를 혼합해 만든 아침식사용 스위스 시리얼), 그래놀라(다양한 곡물, 견과류, 말린 과일 등을 혼합해 만든 건강식 시리얼)의 경우 지난해 판매량이 무려 75% 급증했다.

최근 시리얼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그래놀라의 경우 따뜻한 우유와 함께 먹었을 때 단 맛이 강하지 않고 식감이 죽과 같아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어 중년층에 더욱 인기라는 반응이다. 식품업계는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전통적인 시리얼보다 중년층 입맛 공략을 위한 다양한 시리얼을 내놓고 있다.

특히 차가운 우유 대신 뜨거운 우유를 부어먹는 시리얼이 눈길을 끈다. 농심켈로그 모카그래놀라는 따뜻한 우유를 부어 먹는 커피 맛 시리얼로 중년층에게 관심이 높다. 언뜻 카페라떼를 연상시켜 거부감이 없고 실제 식사와 유사해 포만감까지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다.

농심켈로그 관계자는 "그래놀라는 전년 대비 65.5% 성장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중년층이 그래놀라 성장을 견인했다"며 "일반 시리얼과 달리 따뜻하며 부드러운 식감이 중장년층에게 한 끼 식사로 충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중년층을 붙잡기 위해 건강식 시리얼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브라솔 프로틴베리'는 당분이 낮고 섬유질이 풍부한 제품이다. 기존 시리얼보다 탄수화물 함량은 적고 단백질 함량은 7배 이상 많으며 칼로리는 더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귀뚜라미 등 식용 곤충을 이용한 시리얼도 눈길을 끈다. 갈색거저리 유충과 쌍별 귀뚜라미 분말로 만든 곤충 시리얼은 특수 가공과정을 거쳐 고운 분말로 만들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애고 건강함을 첨가한 것이 특징이다. 제조과정에서 곤충이 가진 영양소도 파괴되지 않아 고단백의 건강식 시리얼을 찾는 중년들에게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임석훈 티몬 리빙실장은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겠다는 중년층에게 영양을 고루 갖춘 시리얼이 큰 인기"라며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년층이 최근 다이어트에도 관심이 많아 앞으로 시리얼을 찾는 중년층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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