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위약금 물어주고 분양 포기"…'미분양 무덤' 창원의 눈물

입력 2019-02-25 09:02
수정 2019-02-25 10:33
회원3구역, 대거 미분양에 민간임대로 전환
산업붕괴·공급과잉에 새 아파트 '마이너스P'



지역산업 붕괴, 부동산 규제,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창원 부동산 시장이 미분양의 무덤이 되고 있다. 모델하우스 문을 열었던 건설사가 분양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일부 계약자에게 위약금을 물어주고 분양을 접는 것이다. 더 팔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이런 탓에 입주가 임박했는데도 단 한채도 팔리지 않은 집마저 등장하고 있다.

◆“미분양률 95%… 분양 포기”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3구역 재개발 아파트인 ‘e편한세상 창원파크센트럴’은 최근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전환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95%에 달하는 미분양이 1년 가까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방향을 바꾼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출한 사업비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과 추가 사업비 조달 어려움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 356-16 일대 회원3구역 조합과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최근 e편한세상 창원파크센트럴 일반분양 계약자 40명과 계약 해지 절차를 마무리했다. 계약자들이 냈던 계약금(분양가 10%)의 두 배를 해지 대가로 지급했다. 지난해 3월 분양한 e편한세상 창원파크센트럴은 총 1253가구 가운데 일반분양 예정 물량이 856가구였다. 이 중 40가구만 분양되고 816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조합과 대림산업 측은 계약 해지 물량을 포함한 일반분양 856가구를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12월 총회를 열고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지난 15일 국토부에 공공지원 민간임대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준공 예정일은 내년 10월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선정되면 사업자는 사업비를 정부 기금에서 저리로 조달할 수 있다. 8년간 임대한 뒤 분양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민간임대 사업자로는 대림그룹의 자산 관리 전문 계열사인 대림AMC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조합 측은 국토부 승인 후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 부영아파트’도 위약금을 물어주고 기존 계약을 취소한 바 있다. 4298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2016년 분양 당시 전체 가구의 3%에도 못 미치는 117가구만 분양됐다. 건설사 측은 이듬해 위약금을 주고 계약을 취소했다. 이 단지 역시 민간임대 전환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20만명 청약했던 아파트도 ‘마이너스 피’

창원 부동산 시장이 흔들린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지역산업기반 붕괴다. 조선 기계 자동차 등 주력 업종이 침체를 겪으면서 일자리와 소득이 모두 줄고 있다. 그결과가 집값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창원시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지수(2017년 11월 100 기준)는 올해 1월 89.2로 2011년 3월 89.4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6년 분양 당시 2146가구 모집에 20만6764명이 청약했던 경남 창원시 ‘창원중동유니시티1·2단지’ 아파트도 침체 쓰나미를 피하지 못했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이 단지에선 총공급가 보다 4000만원 이상 저렴한 분양권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2년 반 전만 해도 아파트 한 채에 웃돈이 3000만원까지 붙었다.

의창구 중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창원중동유니시티2단지’ 전용면적 84㎡ 분양권이 4억4392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분양가 4억6760만원에서 2300만원 가량 내린 수준이다. 발코니확장 등에 지급한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매입가 대비 4000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가 체결됐다. 전체 공급물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중대형(84~99㎡) 분양권이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 의창구 중동 A공인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이 유이자로 진행됐기 때문에 입주를 앞두고 자금 압박을 받은 소유주들이 물건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해 공급된 ‘창원중동유니시티3단지(12월·1465가구)’ 전용 84㎡ 분양권도 최근 분양가 대비 4000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웃돈이 1500만원까지 붙어 있던 주택형이다. 의창구 중동 B공인 관계자는 “작년 말에 급급매로 마이너스 5000만~6000만원에 나왔던 물건들이 소진된 이후 남은 물건이 팔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창원중동유니시티1·2단지’는 옛 창원 39사단 부지에 최고 42층, 20개 동, 전용 59~135㎡ 총 2867가구 규모로 계획됐다. 2016년 4월 분양 당시 3.3㎡당 평균 분양가는 1298만원을 기록했다. ‘창원중동유니시티3·4단지’는 같은 해 10월 공급됐다. 이 단지 역시 1순위 청약 접수에서 총 2906가구 모집에 6만1237명이 청약 통장을 던졌다. 최고 청약 경쟁률은 104.13대 1에 달했다.

◆‘분양가 보장제’ 등장

넘쳐나는 아파트 공급물량도 미분양, 분양권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창원시에 2014~2015년 아파트 2만992가구가 공급됐다. 이어 2016년 2만1007가구가 추가로 분양됐다. 지난해 11월 기준 창원시의 미분양 물량은 6765가구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작년 3월부터 11개월째 분양을 진행 중인 ‘창원롯데캐슬프리미어’는 지난해 9월부터 ‘분양가보장제’를 시행하고 있다. 준공 1년 후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으면 분양금액과 확장비 등을 환불해주는 제도다. 부진한 분양성적을 개선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창원 등 경남지역의 미분양은 전국적으로 가장 심각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2017년 말 4만6943가구에서 2018년 말 5만2519가구로 5576가구 늘었다. 특히 경남 지역 미분양은 1만4147가구로 전체 미분양 물량 중 26.9%를 차지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울산, 거제, 구미, 군산 등 전통 2차 산업도시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획기적으로 경제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진석/민경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