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씽큐' 써보니
손바닥 펴면 스르르 잠금해제
손짓 '에어 모션'으로 앱 가동
[ 임현우 기자 ] “지금까지 스마트폰은 눈에 보이거나 닿는 것만 인식했지만, 이 제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인식할 수 있다.”(권봉석 LG전자 사장)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공개된 LG 전자 새 스마트폰 ‘G8 씽큐’는 권봉석 사장의 말대로 ‘매의 눈’을 최대 무기로 삼았다. G8 카메라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부품은 앞면에 들어간 ‘Z카메라’다. 3차원(3D) 센싱 카메라 기술의 일종인 ToF(time of flight) 기술을 적용해 인식능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G8은 Z카메라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조작법, 생체인식, 셀카 촬영 등 여러 영역에서 이색 기능을 선보였다. LG전자가 이날 공개한 신제품 가운데 V50는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하지만 G8은 LTE 모델이다.
손짓으로 조작, 정맥으로 잠금 해제
Z카메라로 구현한 대표적 기능은 ‘에어 모션’이다. 스마트폰에 손을 대지 않고 화면 위에서 손짓으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화면 위에서 손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미리 지정한 앱(응용프로그램)을 켤 수 있다. 다섯 손가락을 한 번에 오므리는 모양을 취하면 화면이 캡처된다. 영상이나 음악을 감상하는 도중 엄지·검지·중지를 모아 다이얼을 돌리는 동작을 하면 소리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이런저런 작업 탓에 폰을 만지기 힘든 이들에게 유용해 보였지만, ‘손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잠금을 푸는 생체인식 기능에도 Z카메라가 알차게 활용됐다. ToF 센서와 적외선 센서를 조합해 어둡거나 역광인 곳에서도 이용자 얼굴을 식별해낸다. G8에 세계 최초로 적용한 ‘정맥 인식’ 기능도 눈길을 끈다. 카메라 쪽을 향해 손바닥을 비추기만 하면 카메라가 손바닥의 정맥 위치, 모양, 굵기 등으로 사용자를 확인한 뒤 화면 잠금을 해제한다. 정맥은 사람마다 생김새가 달라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OLED 패널을 스피커 진동판으로
G8은 카메라 이미지 센서를 LG전자의 최근 주력 스마트폰보다 약 10% 키워 사진이 더 깨끗하게 찍히도록 했다. 인물과 배경만 구분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인물과 카메라 사이의 거리를 ㎜ 단위로 정교하게 계산하고, 심도(深度)를 표현하기 위한 화면 흐림 정도를 256단계까지 조정할 수 있다.
기자는 요즘 중국 샤오미의 ‘훙미노트5’를 쓰고 있다. 유일하게 성에 안 차는 기능이 카메라였는데, G8 행사장에서 이런저런 사진을 찍고 최대한 확대해본 뒤 새삼 느꼈다. ‘그래, 역시 비싼 폰은 이런 데서 다르지.’ 곳곳에서 앞면 카메라로 셀카도 찍어봤는데 초점을 순식간에 잘 잡아냈다.
G8은 ‘화면이 곧 스피커’ 역할을 하는 독특한 방식도 도입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스피커 진동판으로 활용하는 ‘크리스털 사운드 올레드’ 기술이 들어갔는데, 그 결과 앞면 위쪽의 리시버(통화 상대방 목소리가 들리는 작은 구멍)가 없어졌다. 화면에 하단 스피커까지 더해 2채널 스테레오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영국의 고급 오디오업체 메리디안 등과 협력해 음향의 질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카툭튀’ 전혀 없는 깔끔한 디자인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뽑아냈다. 뒷면에 ‘카툭튀(카메라 돌출)’를 완전히 없애고, 지문인식 센서를 부드럽게 처리해 일체감을 강조했다. 테두리를 최소화한 6.1인치 화면에 앞면 윗부분 가운데가 푹 파인 노치 디자인까지 스마트폰 외형의 ‘대세’를 충실히 따랐다.
배터리는 3500mAh로 갤럭시S10(3400mAh)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본 저장용량은 128기가바이트(GB)지만, 마이크로SD 카드를 꽂으면 2테라바이트(TB)까지 늘릴 수 있다.
전체적으로 G8은 기본 개념부터 다시 착실히 다지며 성적 상승을 노리는 ‘모범생’ 같은 느낌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리는 LG전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LG전자는 G8의 가격과 출시 일정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