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美 대북정책 주도 비둘기파들
스탠퍼드大만 가면 낙관론 쏟아내
[ 박동휘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자녀들이 평생 핵을 지니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사진)이 지난 22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한 말이다. 작년 4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차 방북했을 때 수행원의 일원이었던 그가 직접 들었다는 것이다.
2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막판 의제협상을 벌이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지난달 말 스탠퍼드대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김정은이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에게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들을 해체·파괴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와 김 전 센터장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내 대북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비둘기파’들 견해가 어떤지를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북한 비핵화를 단숨에 해결하긴 어렵다는 게 기본 전제다. 적절한 상응 조치 카드를 활용해 최종 핵폐기까지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김 전 센터장은 “김정은 발언이 뜻한 것은 미·북이 70년 이상 적대 관계를 가져온 만큼 자신이 핵 야망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을 신뢰할 수 있게 양측이 따뜻한 관계와 믿음을 쌓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비둘기파들이 주로 스탠퍼드대를 강연 무대로 삼는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비건 대표는 지난해 8월 특별대표로 임명되면서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소속 전문가들과 함께 ‘스탠퍼드팀’을 주요 조력자 그룹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퍼드대는 저명 핵물리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일터이기도 하다.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인 헤커 박사는 2004년 이래 영변핵시설을 수차례 직접 관찰한 학자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는 10년 이상 걸리는 길고 힘든 작업”이라고 말했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지난달 11일 발표한 북핵 보고서에서 ‘동결(halt)-원상복구(감축·roll-back)-제거(eliminate)’로 이어지는 3단계 로드맵을 북핵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당근책의 하나로 북한에 민수용 원자력 발전과 평화적 우주 프로그램을 허용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