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화장품社 '명품'이 주가 빛냈다

입력 2019-02-24 18:20
수정 2019-02-26 00:00
중국인 명품 수요 계속 커져

명품 매출 급증한 신세계百
타사보다 주가 상승률도 높아


[ 노유정 기자 ]
백화점 화장품 등 소비주 주가가 명품 부문의 성장세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중국인의 명품 수요가 커지며 명품과 럭셔리 브랜드 매출이 실적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올해도 명품과 럭셔리 브랜드 매출 추이가 기업가치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명품 판매 1위 신세계 주가 ‘쑥’

2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주요 백화점 가운데 명품 부문 매출 증가율은 신세계가 18.7%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현대백화점(10.0%), 롯데쇼핑(9.1%) 순이었다. 백화점 매출 증가율 순위와 동일하다. 지난해 4분기 백화점(기존점 기준) 매출 증가율은 신세계 4.1%, 현대백화점 1.5%, 롯데백화점 -0.8%였다. 이승은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명품 매출이 전체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12.5%에서 지난해 4분기 19.8%까지 높아졌다”며 “백화점 실적에 명품이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도 명품 부문 성장세에 갈렸다. 신세계는 올 들어 11.3% 올랐다. 이 기간 국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가 각각 203억원, 5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경쟁 백화점 주식보다 올해 주가 상승폭이 컸다. 현대백화점은 8.0% 올랐고, 롯데쇼핑은 9.5% 떨어

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매출이 뒷걸음질한 데다 중국 백화점의 구조조정 등으로 4분기 영업이익이 70% 급감한 영향이 컸다.

LG생건 웃고 아모레 운 까닭

화장품주도 고가 브랜드의 성장세에 따라 주가가 엇갈렸다. LG생활건강은 올 들어 16.9% 상승했다. 주력 럭셔리 브랜드인 ‘후’와 ‘숨’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어 지난해 4분기 중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영향이다.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이 전체의 65.9%를 차지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의 흥행에 올 들어 주가가 11.3% 올랐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을 겨냥한 고가 화장품 ‘뉴오더’와 ‘연작’을 내놨다”며 “올해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은 73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8.2%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설화수’ 브랜드를 보유한 아모레퍼시픽은 올해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주가가 4.1% 떨어졌다. 중국에서 주력으로

내세웠던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 중저가 브랜드의 부진 영향이 컸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도 23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1% 감소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중국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중저가 시장에 뛰어든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됐다”며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가 아니라 중저가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시장에서 외면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이비통·몽클레어 주가 훨훨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중국 부자들이 주도하는 명품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럭셔리 시장에서 중국 소비자의 비중은 2020년 36%, 2025년 44%까지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명품 기업 주가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세계 최대 명품 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올 들어 16.1% 올랐다. 중국 판매 호조로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내며 주가가 뛰었다. 구찌의 모기업 케링그룹과 이탈리아 고급 브랜드 몽클레어도 이 기간 각각 16.6%, 19.3% 상승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명품 기업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국내 럭셔리 펀드도 올 들어 10.83%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승은 연구원은 “중국에서는 사치세 부과 등으로 명품이 비싸 중국인들은 해외에서 명품을 사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