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에 쏟아지는 3·1운동, 臨政 100년사
상하이→ 충칭→ 환국까지
임정 따라간 '제국에서…'
[ 윤정현 기자 ] ‘조선독립이라는 선동이 헛소리요, 망동(妄動)이라 함은 각계 뜻있는 인사가 천마디 말을 했으니 자각지 못하고 있으니….’
3·1운동의 기운이 전국으로 퍼져나가자 1919년 4월 5일 이완용이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실은 글이다. 《친일파 명문장 67선》(그림씨)은 이완용뿐 아니라 최남선, 김활란 등이 직접 쓴 글을 통해 친일의 과거를 직시하도록 이끈다.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양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뤄 관심사에 따라 골라 읽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제국에서 민국으로 가는 길》(생각정원)은 서울에서 상하이, 상하이에서 충칭, 충칭에서 환국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역사여행 전문기획사를 운영하는 저자는 3년에 걸쳐 여섯 차례 답사를 통해 임시정부 주요 인물들이 지나간 길을 되밟았다. 윤봉길 의사가 의거를 일으킨 상하이 훙커우공원(현 루쉰공원)부터 백범 김구의 피난처와 그가 강연한 목원소학교, 화상산 한인 묘지 등을 찾아 당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200여 장에 달하는 사진과 사료 도판, 지도 일러스트 등이 생생함을 더한다.
손석춘 작가의 소설 《100년 촛불》(다섯수레)은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손병희 선생의 수행비서를 주인공으로 삼아 평범한 시민의 시점에서 3·1운동을 그려냈다.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오늘과 마주한 3·1운동》(책과함께)을 통해 3·1운동이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건이었는지를 되짚어본다. 3·1운동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기획소통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3·1운동을 ‘민주주의 관점에서 근대와 현대를 나눌 만큼 획기적인 분기’라고 평가한다. 책은 비폭력 평화시위로서 만세시위, 한국인만의 독특한 연대문화라는 관점에서 3·1운동을 ‘과거’로만 기억할 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계승해 미래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오늘과 마주한 3·1운동》이 현재와의 연결고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3·1혁명을 이끈 민족대표 33인》(역사인)은 3·1운동을 기획하고 주도한 민족대표 33인의 인물에 집중한다. 다양한 자료와 사진으로 민족대표 33인의 역사적 자취를 재정리하고 그 의미도 다시 평가했다. 저자인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책에서 올해 100주년을 계기로 ‘3·1운동’을 ‘3·1혁명’으로 고쳐 부를 것도 제안한다.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서울 인사동의 요릿집 태화관에서 발표한 ‘3·1독립선언서’를 통해서는 대한민국이 주권을 가진 독립국임을 주장한 유려한 문장과 비폭력주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독립선언서》(가갸날)를 통해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조선(我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로 시작하는 3·1독립선언서와 2·8독립선언서, 대한독립선언서 원문을 볼 수 있다. 3·1운동의 세계사적 의미를 짚어보기 위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은 미국, 아일랜드, 베트남 세 나라의 독립선언서도 함께 실었다.
아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어린이, 청소년 도서도 눈길을 끈다. 《나는 여성이고, 독립운동가입니다》(우리학교)는 여학생 비밀결사대의 활동을, 《나는 여성 독립운동가입니다》(상수리)는 간호사 독립운동 단체 ‘간우회’를 세운 박자혜, 광복군 여군 군번 1번으로 등록한 신정숙 등의 삶을 그렸다. 《선생님, 3·1운동이 뭐예요》(철수와영희)는 독립선언서는 누가 쓰고 어떻게 배포했는지,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독립 만세를 외칠 수 있었는지 등의 궁금증을 어린이의 시선에서 풀어준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