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폴더블폰 공개 영향
경연성 기판 제조사 비에이치 유망
필름 공급 SKC코오롱PI도 주목
[ 김동현 기자 ]
삼성·LG 등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계획에 관련 장비 및 소재주가 들썩이고 있다. 최근 폴더블(접을 수 있는)폰까지 출시되면서 OLED 제작장비 등 수요는 더 늘고 있다. 폴더블폰 내 필름과 회로기판 등을 생산하는 부품주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익IPS, QD-OLED 대장주”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OLED 투자는 OLED TV가 이끌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OLED TV 판매는 작년보다 39.7% 늘어난 405만 대로 예상된다. OLED는 별도 광원이 필요한 액정표시장치(LCD)와 달리 스스로 빛을 내는 자체 발광 디스플레이 제품이다. 잔상 없이 자연색을 재현하고 각도에 상관없이 화면이 왜곡되지 않아 고가 TV에 주로 쓰인다. 글로벌 시장에 대형 OLED 패널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다시피 하는 LG디스플레이는 대규모 투자로 시장 주도권을 지키려 하고 있다. 중국 광저우에 8.5세대 OLED 패널 공장을 올 상반기 완공하고 3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을 위해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약 23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집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기존 휴대폰용 중소형 OLED 패널에서 벗어나 퀀텀닷(QD)-OLED TV 개발에 나서고 있다. QD-OLED는 색 재현성을 높이면서 원가까지 낮출 수 있는 신기술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와 중소형 OLED 패널에 5조원을 집행하고, 2020년 7조2000억원까지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OLED 패널 관련 장비·소재주가 ‘핫 스톡’으로 떠올랐다. 디스플레이용 건식식각(드라이 에처) 장비업체인 원익IPS는 이달에만 기관이 109억원어치(21일까지) 순매수했다. 안인기 한국경제TV 파트너는 “지난해 디스플레이 열처리 장비 비중이 높은 원익테라세미콘과 합병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QD-OLED 부문에서 단연 대장주로 꼽힌다”고 평가했다. 야스는 LG디스플레이 투자 확대의 수혜주로 거론된다. 이 회사는 LG디스플레이에 OLED TV용 패널 증착기를 독점 공급한다. 소재주 중에선 중소형 OLED 소재를 만드는 이녹스첨단소재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투자 수혜주로 꼽힌다.
한국경제TV 전문가 두 명은 중소형 OLED용 레이저 결정화 장비(ELA) 등을 만드는 AP시스템을 ‘톱픽’(최선호주)으로 제시했다. 김동규 파트너는 “BOE와 GVO 등 최근 OLED 생산설비 증설에 나선 중국 기업을 주요 매출처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SKC코오롱PI, 폴더블폰 PI필름 공급
이달 들어 삼성전자가 첫 폴더블폰(갤럭시 폴드·사진)을 공개하면서 관련있는 부품주도 반등 기회를 맞았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 폴드는 하드웨어 혁신이 정체돼 있었던 스마트폰산업에서 신규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폼 팩터(제품 형태)’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폴더블폰은 기존 스마트폰보다 디스플레이 면적이 확대되는 만큼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부품 업체가 면적 확대와 탑재량 증가로 가격인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관점에서 가장 시장의 주목을 받는 기업은 비에이치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폴더블 디스플레이에도 비에이치의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21년에는 폴더블 관련 매출 비중이 15%에 육박할 것”이라고 했다.
폴더블 패널 기판용 베이스 필름 공급사인 SKC코오롱PI도 주목받고 있다. 이 업체는 폴더블폰 하단에 들어가는 베이스 필름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베이스 필름은 접었다 폈다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내구성과 유연성이 필수적이다. SKC코오롱PI가 만드는 폴리이미드(PI) 필름이 여기에 적합하다. KH바텍 역시 폴더블폰을 접었다 펼 때 이음새 역할을 하는 경첩(힌지)을 공급해 유망주로 꼽힌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전에 없던 힌지 기술이 갤럭시 폴드의 핵심이라 보고 있다”며 “KH바텍이 선도업체”라고 설명했다.
다만 폴더블폰의 초기 양산 규모와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고가인 점을 고려하면 부품주가 당장 상승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폴더블폰의 양산 규모는 시장반응 탐색을 위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