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22일(19:5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한진칼에 보낸 주주제안을 다음달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라는 내용으로 가처분을 신청했다. 한진그룹이 “KCGI가 한진칼과 한진에 주주제안을 할 자격이 없다”며 주주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에 대해 재반격에 나선 것이다.
한진칼은 22일 KCGI가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공시했다. KCGI는 이번 가처분신청에서 "한진칼은 감사 1인 및 사외이사 2인 선임의 건을 2019년도 정기주주총회 의안으로 상정해야 한다"며 "주총 2주 전까지 해당 의안 및 그 취지를 기재한 공고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진그룹은 "KCGI가 자사 주식 보유기간을 보유한 지 6개월을 채우지 못했다"며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장회사에 대한 특례조항인 상법 제542조의 6은 ‘6개월 전부터 상장회사의 주식 0.5%(자본금 1000억원 이하일 경우 0.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KCGI의 입장은 다르다. 또 다른 상법 조항(제363조의 2)은 ‘지분율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총일 6주 전에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 주식 보유 기간이 6개월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지분율이 3% 이상이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는 게 KCGI의 주장이다.
KCGI는 이날 한진칼 이사들에게주주제안과 관련한 한진칼의 위법행위 시정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KCGI는 이번 서신에서 "주주제안 사항에 대해 이사회 논의도 이뤄지기 전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주주총회 안건 상정 관련 이사회 권한과 개별 이사 권한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사들이 내부적으로 논의해 회사의 위법행위를 즉시 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한진그룹 측은 2015년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주총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상장회사 특례규정이 존재하는 경우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특례규정만 적용되고 일반규정은 적용이 배제된다"고 기각한 사례를 논거로 삼은 바 있다.
KCGI는 이에 대해 "삼성물산-엘리엇 사건은 주주제안 관련 사건이 아니다"며 "삼성물산 이사회는 주식보유 기간이 6개월 미만이었던 엘리엇의 주주제안 안건을 임시주주총회 목적 사항으로 올려 주주들의 판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진칼 입장문은 주주제안에 대한 삼성물산 이사회의 조치에 관해서는 진실을 숨긴 채 마치 엘리엇의 주주제안 의안 상정이 거부된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CGI는 "한진칼 이사들이 법과 원칙에 따른 정도경영의 견지에서 이사회 권한에 대한 침해를 시정하고 KCGI 측 주주제안 상정을 적극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전문가로 불리는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지난해 8월 28일 특수목적법인인 그레이스홀딩스를 설립하고 한진칼과 (주)한진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두 회사 지분을 각각 10.71%, 8.03% 보유한 KCGI는 내달 주총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 비핵심자산 매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