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분석 바이오기업들이 소비자 의뢰 유전자 검사(DTC) 규제 완화를 위한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을 보이콧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마크로젠 등 19개 검사업체는 21일 “복지부의 DTC 인증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의료계의 반발 등을 의식해 시범사업 항목 수를 계속 줄이고 있어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DTC는 소비자가 병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유전자 검사를 요청하면 특정 질환의 발병 가능성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2016년 도입됐지만 과잉진료 우려 등으로 탈모, 체질량지수 등 12개 항목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일본 중국 등에서는 규제가 거의 없다며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요청했지만 거부됐다. 복지부는 대신 대상 항목을 121개로 늘리기로 했다가 57개로 줄였고, 이에 바이오업계가 보이콧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복지부는 바이오산업의 주무부처다. 관련 업계로서는 ‘갑 중의 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복지부에 업계가 반기를 든 것이다.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DTC의 핵심은 소비자 관심이 높고 시장성도 있는 질병 관련 항목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이런 것은 다 빼고 피부, 식습관 등 이른바 ‘웰니스’ 분야만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의료계의 압박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유전자 검사업체들은 산업부의 DTC 규제 샌드박스에는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고혈압, 대장암 등 중대 질병 13개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바이오업계가 주무부처인 복지부를 차버리고 타부처 사업에 동참키로 한 것은 복지부로서는 굴욕적인 일이다. 하지만 자업자득이다. 적극적으로 DTC 대상 확대에 나서기보다는 ‘과잉진료 우려’를 내세우며 사실상 밥그릇 싸움을 하는 의료계에 끌려다닌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 혁신과 관련, “적극 행정은 면책하고 소극 행정은 문책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익집단의 반발이 두려워 DTC 대상 확대에 머뭇거리는 복지부의 행태야말로 전형적인 소극 행정이 아니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