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배당의지를 나타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을 앞둔 가운데 배당정책에 초점을 맞춘 점, 제도 변경 이후의 불확실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수반되지 않은 점 등이 배경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향후 경상이익의 50% 범위 내에서 점진적인 배당성향 상향을 추진하는 중기적 배당정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등 일회성 매각이익은 배당재원에 포함하지만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매각이익은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통큰 배당을 결정한 것은 제도 변화에 따른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쟁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장성 신계약 판매로 장래 이익을 확보했고 장기채 매입으로 듀레이션갭(자산-부채 잔존만기 차이) 축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경쟁우위를 확보했고 감독회계(K-ICS)를 도입해도 자본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배당 상향의지 등을 감안해 경상이익에 대한 배당성향을 2019년 30%, 2020년 40%, 2021년 45%으로 가정했을 경우 DPS(주당배당금)는 각 2900원, 3050원, 3500원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실질적인 이익창출 현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 회계제도 아래서 배당성향에 초점을 맞춘 기준이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며 "배당성향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상승 속도가 얼마인지, 비경상적인 이익에 대한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내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회계기준 변화에 다른 불확실성과 보험이익의 정체 속에서 삼성화재와 같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며 "삼성생명이 고려하고 있는 불확실성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큰 우려도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당 등 주주친화정책을 뚜렷하게 제시하기 위해서는 유럽 선진 보험사들 수준의 자본관리 기준을 수립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길원 연구원은 "유럽 회계감독기준인 솔벤시(Solvency)II는 적정 자본비율 범위를 명시하고 이를 초과하는 잉여는 환원하는 원칙이 있다"며 "독일 알리안츠도 기준에서 제시한 적정 자본비율인 180~220%를 초과하면 주주환원을 2배 가량 늘리겠다고 밝혔다"고 부연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