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재평가받은 현대차증권…올해도 IB 전진 배치

입력 2019-02-21 13:42
수정 2019-02-21 17:45
현대차증권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관련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 속에서도 투자은행(IB) 부문의 선전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현대차증권은 올해도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투자은행(IB) 부문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1일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2018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681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682억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출은 전년보다 18.7% 증가한 6190억원이었고, 순이익은 0.7% 증가한 506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지난해 2분기 ABCP 부도 우려로 매입분 중 225억원을 손실 처리한 데 이어 4분기 150억원을 추가 반영한 상황에서 낸 성과라 괄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현대차증권은 사고금액 500억원의 75%인 375억원을 손실처리했다.

현대차증권은 2018년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발행한 CERCG 관련 ABCP 중 500억원을 매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CERCG 자회사가 발행한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이 부도 처리되면서 이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ABCP도 곧바로 부도 처리됐다.

부도 가능성을 우려한 현대차증권은 매입액 500억원 중 225억원을 작년 2분기에 미리 손실처리했고 이에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2% 줄어든 125억원에 머물렀다.

현재 ABCP를 둘러싼 증권사간 소송이 진행 중이다. 현대차증권은 한화투자증권을 상대로 5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소송이라는 점에서 결론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소요될 전망이다.

또 같은 시기에 ABCP를 매입한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이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현대차증권이 투자물량을 다시 사들이기로 사전에 합의했으나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BCP 악재에도 현대차증권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한 것은 IB와 리테일 부문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해서다. IB부문 순영업수익은 2016년 554억원, 2017년 665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1015억원으로 대폭 성장했다. 도시바메모리 비전환우선주 인수금융, 아부다비 대학교 투자, 본느 코스닥 이전상장 등 다양한 거래를 주관한 것이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중소형사로서는 이례적으로 플래시메모리 분야 세계 2위 업체 도시바메모리의 인수금융 주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국내 비전환우선주 판매주관을 맡아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함께 원화 기준 약 56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자산 인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 투자자산을 선별한 게 잘 맞아떨어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성과도 두드러졌다. 현대차증권은 작년 6월 송도타임스페이스 개발사업에 PF대출 2400억원, 지난해 말 세종시 복합상업시설 개발에 PF대출 2000억원 조달에 성공했다. 금융 및 부동산 자문까지 도맡아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는 후문이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복잡하게 꼬인 부동산개발 사업장의 문제를 시행사와 함께 풀거나 기업공개(IPO) 가능성 있는 기업의 활로를 개척하는 등 A부터 Z까지 토탈 솔루션을 제공해 대형사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부동산PF를 중심으로 IB 부문 실적 향상에 주력할 방침이다. 연내 세종, 동탄, 부산광역시 등 광역자치구역과 서울, 수도권 핵심입지 등에서 각종 부동산 PF를 추진할 예정이다. 대형 PF 사업은 일반적인 부동산 중개보다 수수료 수익이 높아 수익성 확보에 유리한 편이다.

준비도 단단히 돼있다. 2018년 상반기 조직개편 당시 IB 1~3본부에 모두 부동산 비즈니스를 중복 배치시켜 3개 본부가 경쟁하며 실적을 내도록 유도했다. IB1본부에서는 부동산투자팀, IB2본부는 금융구조화(SF)팀, IB3본부에서는 투자금융팀이 부동산 관련 업무를 맡는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IB1 본부 대체투자실 산하의 부동산투자팀을 ‘실’로 승격시키는 등 부동산 투자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송영선 현대차증권 IB1본부장 상무는 "지난해 송도타임스페이스 개발사업 PF대출, 세종시 복합상업시설 PF대출, 도시바메모리 비전환우선주 투자건 등 의미 있는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올해도 양질의 거래 발굴과 수익원 다변화를 통해 기업금융 부동산투자 대체투자의 균형 있는 수익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