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융권에 '파업' 바람이 거세다. 임금·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시중은행과 보험사를 넘어 저축은행까지 확대되고 있다. 노사의 불협화음이 번번이 파업으로 이어지면서 애꿎은 고객들만 피해를 떠안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중앙회 노동조합은 중앙회 설립 46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했다.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임금·단체협약을 진행했지만 임금인상률을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올해 임직원 임금 인상률 4%를, 중앙회 측은 2.9%를 고수 중이다.
명절 격려금을 두고도 마찰을 빚고 있다. 노조는 설·추석 명절에 각각 80만원의 격려금 지급을 정례화할 것을 요구했다. 중앙회는 연간 50만원만 정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8일 노조 조합원의 파업 찬반투표로 파업 쟁의안은 가결됐다. 노조는 오는 22일 중노위의 최종 조정이 결렬되면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앙회 노조의 파업 선언에 저축은행들은 난감한 기색이다. 대다수의 저축은행이 중앙회의 전산을 이용하고 있어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은행 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보험업계도 노조의 파업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MG손해보험 노조는 지난 19일 파업에 나섰다. 임금인상률을 놓고 사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노조는 사측에 7%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사측은 5% 인상안을 내걸었다.
MG손보는 자본확충 난항에 노조 파업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속된 경영난으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받았다. 금융위원회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승인받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영업 정지나 강제 매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현대해상 노조도 파업을 예고했다. 노사는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을 놓고 줄다리기를 지속 중이나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노조는 오는 23일 파업에 돌입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광화문광장에서 임직원 3000여 명이 모여 투쟁문화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금융권 노조는 파업으로 인한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MG손보 관계자는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며 "여럿이 하던 업무를 적은 수의 직원이 나눠 하다 보니 업무가 일부 지연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객의 공감을 얻는 것이 금융권 노조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꼽힌다.
올 초 KB국민은행 노조는 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19년 만에 파업에 나섰지만 고객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국민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 9100만원이 부각돼 '귀족 노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 금융권 노조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금융권의 연봉이 높다 보니 임금 인상이나 처우 개선과 같은 노조의 요구가 국민들의 공감을 받기 어려운 것 같다"며 "고객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파업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지/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