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ABC
[ 임현우 기자 ]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가운데 ‘유니콘’ 타이틀을 거머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 반년간 ‘배틀 그라운드’의 크래프톤(옛 블루홀),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 ‘배달의민족’의 우아한형제들 등이 유니콘이 됐다. 야놀자(대표 이수진·사진)도 유니콘 진입을 목전에 뒀다는 소식이다. 지난 7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유니콘 창업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원)를 넘어선 비상장 벤처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신화 속 동물인 유니콘과 같이 현실에서 보기 쉽지 않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2013년 미국 벤처캐피털(VC) 카우보이벤처스의 에일린 리 대표가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 기고문에 처음 쓴 이후 널리 퍼졌다.
기업가치가 더 높아져 100억달러를 넘어가면 데카콘이라 부른다. 유니콘의 유니(uni)가 숫자 1을 뜻하는 데서 착안, 숫자 10을 뜻하는 접두어 데카(deca)에 유니콘의 콘(corn)을 합친 것이다. 몸값이 1000억달러를 뚫으면 헥토콘이라고 한다. 숫자 100을 의미하는 헥토(hecto)를 활용해 만든 용어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회사의 가치는 시가총액으로 가늠할 수 있지만 비상장기업의 몸값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긴 쉽지 않다. 창업자가 제아무리 “우리는 유니콘”이라고 외쳐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지 않은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창업 이후 수차례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거쳐 산정된다. 얼마를 투자해 지분을 몇 % 가져갈지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몸값이 조(兆) 단위에 진입했다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이룬 ‘대박 벤처’로 공인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모든 스타트업이 유니콘을 꿈꾸는 이유다. 세계 스타트업 가운데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 단계에 올라선 회사는 우버, 디디추싱, 위워크, 에어비앤비, 스페이스X 등 20개로 분석된다. 국내에서는 최근 기업가치를 90억달러 선으로 인정받은 쿠팡이 첫 데카콘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니콘에 오른다고 탄탄대로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사업이 부진해져 유니콘에서 이탈한 사례 또한 적지 않고, 유니콘 지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거품론’에 시달리는 회사도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