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간 전통적 경계 무너져…규제 합리화로 위기 넘어야"
[ 서민준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우리 경제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규제 합리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9일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제조업을 둘러싼 세계의 경쟁 환경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 총재의 경제동향 간담회는 보통 연구기관 전문가들과 만나는 자리였지만 이날은 주력 산업계 관계자와의 간담회로 열렸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무,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최형기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임승윤 한국석유화학협회 상근부회장,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장, 엄용섭 SK경제경영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제조업 경쟁력 회복 없이는 거시경제 안정도 힘들다는 총재의 상황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 총재는 제조업 상황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인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제조업 내 업종 간, 그리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전통적인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제조업체는 과거 경쟁관계가 아니던 기업과 새로 경쟁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간 생산 기지 역할에 머물렀던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산업 자립화를 추구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되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여기에 독일, 미국 등 선진국도 수년 전부터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적극 추진하면서 글로벌 제조업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이 총재는 진단했다.
그는 “제조업의 구조적 변화는 한국에 우호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적절한 대응전략을 통해 우리 제조업이 재도약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산업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데 동의하면서 특히 중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총재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제조업의 구조적 변화에 맞게 기존 규제를 신속히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