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해피라면' 30년 만에 부활
5+1 마트 가격 2750원…봉지당 500원대 저가로 승부
비싼 가격이 점유율 확대 걸림돌…오뚜기 진라면 공세에 전략 수정
농심, 다시 '해피'해질까
11년째 가격 동결한 진라면, 컵라면선 이미 신라면 추월하자
"복고 콘셉트로 중장년층 타깃"
[ 김보라/류시훈 기자 ]
농심이 신제품 ‘해피라면’을 내놓는다. 소비자가격은 개당 700원으로 간판 제품 신라면보다 약 20% 낮다. 경쟁사 오뚜기의 진라면(750원)보다 낮게 책정했다. 대형마트 기준으로는 한 묶음(5개)에 2750원으로 개당 500원대다. 이 역시 진라면 묶음보다 저렴하다. 업계는 농심이 오뚜기에 빼앗기고 있는 시장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오뚜기는 진라면 가격을 11년째 동결해 신라면보다 20~30% 낮은 가격에 판매하며 라면 시장에서 농심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국민라면’ 흔들…30년 만에 저가 제품
17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설 연휴를 전후로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사들과 해피라면 가격 협상을 벌여왔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피라면 가격이 진라면과 같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책정될 것”이라며 “출시 초반 대대적인 판촉행사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선 이번주 중 판매하고, 편의점에는 용기면(컵라면)과 봉지면 형태로 3월 중순 나올 예정이다.
농심이 ‘저가 라면’을 내놓는 건 30년 만이다. 농심은 1990년 이후 프리미엄 라면 출시에 매진했다. 1980년대 출시한 4대 주력 제품인 신라면(1986년), 짜파게티(1984년), 안성탕면(1983년), 너구리(1982년)가 탄탄하게 매출을 떠받치면서 굳이 가격 경쟁을 할 필요가 없었다. 2011년 ‘신라면블랙’을 기존 신라면보다 2배 비싼 가격으로 내놓은 것도 선두 업체로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농심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2000년대 중반까지 70%를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2014년 58.9%에서 지난해 51%까지 떨어졌다.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이 기간 18.3%에서 25.9%까지 높아졌다. 오뚜기의 약진에는 진라면이 있다. 라면 가격을 2008년 이후 11년째 동결해온 오뚜기는 소비자들로부터 ‘갓뚜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신라면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판매 수량 기준 시장 점유율에서 0.5%포인트 차이로 따라잡았다. 지난해 컵라면 시장에선 진라면이 신라면을 앞질렀다.
80년대 ‘해피라면’ 진라면 잡을까
농심이 이번에 내놓는 해피라면은 1982년 출시했던 제품명이다. 1990년대 초 단종됐다. 소비자가격 100원에 팔렸던 제품으로 신라면 전성기 이전까지 ‘까만소’와 함께 농심의 주력 라면이었다.
해피라면의 초기 행사 가격은 봉지면 기준 ‘5+1’에 2750원이다. 편의점 판매 가격도 안성탕면(750원)보다 낮은 700원으로 책정했다. 신라면은 현재 대형마트에서 한 묶음(5개)에 3380원에 팔린다. 개당 676원꼴이다. 진라면은 한 묶음(5개) 기준 2750원으로, 개당 563원이다. 오뚜기는 그러나 ‘진라면 5+1’ 프로모션을 통해 통상 개당 458원에 판매해왔다.
농심 측은 신라면의 원가와 비용 등을 따졌을 때 현재 판매 가격 이하로는 도저히 납품할 수 없는 구조라고 판단했다. 진라면과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는 제품은 안성탕면이 유일한데, 브랜드가 오래된 데다 된장 스프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라면 주 소비층의 입맛을 잡기엔 역부족이다.
농심과 오뚜기의 상반되는 ‘가격 전략’도 주목된다. 오뚜기는 주력인 진라면의 저가 전략을 고수하면서 다른 신제품들은 프리미엄·고가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작년에 출시한 오뚜기 ‘쇠고기미역국라면’은 대형마트에서 개당 1300원(4개 한 묶음·5300원)에 판매된다. 진라면(563원)의 2배를 훨씬 웃돌고 신라면(676원)의 약 2배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는 다른 제품 가격은 올리고, 프리미엄 라면도 꾸준히 출시하며 수익을 보전하는 대신 대표 라면인 진라면 가격은 낮춰 전략적으로 신라면을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복고) 콘셉트를 적용해 중장년층에겐 추억의 라면으로, 젊은 층에게는 새로운 라면으로 마케팅할 것”이라며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되는 만큼 다양한 가격대의 다양한 제품으로 특정 타깃 잡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보라/류시훈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