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기간 중 음주와 흡연으로 '황제보석' 비판을 받다 재수감된 이호진(57) 전 태광그룹 회장이 두 번째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조세범처벌법 혐의가 분리 선고되면서 사실상 감형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재판 결과는 대법원의 파기 취지에 따른 것인 만큼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이 전 회장의 형량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영준 부장판사)는 15일 이 전 회장에게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횡령·배임 액수가 200억원이 넘고, 범행에 회사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해 죄질이 좋지 않다. 피고인이 피해 액수를 모두 갚긴 했지만 그 사정은 이미 지난 판결에 반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와 같이 대기업 오너가 200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후 사후적으로 피해 회복을 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판결을 한다면 고질적인 재벌기업의 범행은 개선되기 어렵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대법원 파기 취지에 따라 분리 선고한 조세포탈 혐의에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여기에는 이 전 회장이 포탈 세액 7억원 상당을 국고에 반환한 점이 고려됐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무자료 거래'와 허위 회계처리 등으로 회사 자금 434억여원을 횡령하고 주식과 골프 연습장 등을 싼 가격에 사들여 회사에 900여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2011년 1월 구속기소 됐다. 2004년 법인세 9억3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1·2심은 이 전 회장에 대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4년 6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횡령 대상을 섬유제품으로 본 하급심 판단이 잘못돼 횡령 액수를 다시 정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 환송심 재판부는 206억여원을 횡령액으로 다시 정하고 징역 3년 6월에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사건을 재심리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조세포탈 혐의를 다른 혐의들과 분리해 재판하라며 사건을 또다시 서울고법에 파기 환송했다. 이 전 회장은 항소심 재판만 세 번을 받게 됐다.
이후 보석 기간 중 음주와 흡연 등 '황제 보석' 논란이 불거졌고, 지난해 12월 검찰의 보석 취소 검토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2359일 만에 재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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