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클래스 기본 300만원 할인
제네시스 고객은 ‘특별 할인’
“AS 약점 의식한 판촉”
딜러 불만 커져…“남는 게 없다”
“혹시 제네시스 타세요? 그럼 200만원 더 빼드릴게요.”
'메르세데스벤츠 천하'다. 수입차 시장에서 3년째 1위 자리를 공고하게 지키고 있다. 중형 세단 E클래스가 질주를 이끌고 있다. 판매 가격이 최소 6350만원이지만, 파상적인 '할인 공세'에 힘입어 날개가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얼마나 할인될까. 지난 12일 서울 강남의 벤츠 전시판매장에 직접 가봤다. 3개 층은 평일 오후에도 차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상담 공간이 꽉 차 20여 분 기다린 끝에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할인 효과'였다. 40대로 보이는 두 부부는 그 자리에서 바로 E클래스를 계약했다. 수입차 시장 ‘베스트셀링카’란 말을 실감케 했다.
중형 세단 E클래스를 보러왔다고 하자 딜러가 “알아보고 온 금액이 있느냐”며 “최대한 맞춰드리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E클래스 익스클루시브(7690만원)에 대해 200만원을 깎아주고 추가로 100만원을 통장에 넣어 주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엔진오일을 폐차 때까지 무상 교환 해줄 뿐 아니라 골프백, 윈도 선팅, 차량용 블랙박스 및 하이패스 단말기를 제시했다.
1000만원 가까이 깎아주던 사례를 들자 “E클래스는 판매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금의 혜택이 최대 수준”이라고 잘라 말했다. 옆에 놓인 태블릿PC에는 ‘대기자 338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할인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듯 표정을 짓자 두툼한 자료를 꺼내 펼쳐 놨다. 딜러는 몸을 앞으로 숙여 대뜸 지금 타고 있는 차를 묻더니 “제네시스인 경우 별도로 200만원을 빼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마케팅 강화 차원에서 특별히 하는 판촉 행사”라며 “아는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 좋은 가격도 매겨 주겠다”고 강조했다. 해당하는 차는 스포츠 세단 G70과 대형 세단 G80, 플래그십(최상위) 세단 G90 등이다.
딜러로부터 받은 견적은 300만원 기본 할인과 제네시스 소유자 조건을 더해 총 500만원이었다. 차 값의 6% 이상을 할인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 할부금융 상품 등을 이용하면 3%(약 230만원)까지 추가로 싸게 E클래스를 살 수 있었다.
벤츠가 국산차 중 제네시스를 겨눈 건 불편한 사후서비스(AS)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입차 판매는 크게 늘고 있지만 정비센터 수가 부족하고 수리비 산정이 제각각인 고질병이 되풀이되고 있다.
제네시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사고 수리비, 유지비, 평균 수리 기간이 강점인 만큼 수입차에서 국산차로 돌아오는 수요를 대거 흡수하고 있다. 2015년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 뒤 내수 시장에서 매년 6만 대가량 팔려 나가고 있다.
실제 딜러는 “제네시스는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수리만 편할 뿐”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같은 날 둘러본 여러 벤츠 딜러사도 할인 폭이 비슷했다. 대부분 차 값의 6~7%를 깎아주고 있었다. 특히 주행 중 화재 사고 논란을 겪은 BMW,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주춤하는 사이 시장 장악력을 굳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벤츠는 지난 한 해 한국시장에서 7만798대를 팔아 3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 왕좌를 지켰다. 단일 브랜드로 처음 연 7만 대 고지를 넘어섰다. E클래스 판매량은 3만5534대로 전체의 절반(50.1%)에 달했다. 세부 모델별로 보면 E300 4매틱(4륜 구동)과 E300은 베스트셀링카 1, 3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판매 호조에도 어두운 그림자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딜러는 “사실 E클래스는 팔아도 남는 게 없다”며 “치열해진 할인 경쟁에 판매 수당을 털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우디와 폭스바겐 딜러를 모두 거쳤는데 이번 직장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매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할인이 판매가 늘어난 데 기여를 했다”며 “그러나 경쟁 업체인 BMW 등이 치고 올라오면 대응 방안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브랜드 이미지 손상과 중고차 가격 하락, 충성고객 이탈이 우려되는 만큼 내년과 내후년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