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챗봇 경쟁 가열…최신판 직접 써보니 "찰떡같이 알아듣네"

입력 2019-02-15 07:00
신용카드사들의 챗봇 서비스 경쟁에 우리카드도 뛰어들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챗봇이 실제 상담원 역할에 가깝게 진화한 만큼 카드업계에서는 기능 강화를 통한 비용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15일 우리카드에 따르면 13일부터 12시간 365일 상담 가능한 인공지능(AI) 기반 챗봇 서비스 '챗봇의 정석' 운영을 시작했다.

단순 질의응답만 가능했던 과거 챗봇 시스템과 달리 챗봇의 정석은 카드 발급, 이용내역 조회, 선결제, 제신고 등의 기본적인 업무처리와 함께 고객별 소비 패턴에 가장 적합한 상품 추천과 진행 중인 이벤트 혜택까지 안내해준다.

챗봇의 정석에 '혜택 좋은 카드 알려줘'라고 물었더니 △인기카드 △헤택별 카드 △소비패턴으로 맞춤카드 △내 사용내역으로 혜택 비교 △상품명으로 검색하기 등 다양한 보기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소비패턴으로 맞춤카드를 추천을 요청했다. 그러자 월 평균 △국내 △해외 △이동통신 △대중교통 △쇼핑 △주유 △페이 이용금액을 묻고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나에게 맞는 최적의 상품을 제안했다. 추천된 카드에 대한 상세 정보를 알 수 있고 그 자리에서 카드 신청까지 가능해 연결성을 높였다.

챗봇의 정석을 사용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반응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이다. 기존에 나와있는 카드사들의 챗봇은 질문을 한 뒤 답변이 나오기까지 2초 내외의 대기 시간이 발생했다. 반면 챗봇의 정석은 질문과 답변 사이의 공백이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카드 관련 업무 외에 '심심해', '배고파', '오늘 날씨는?' 등의 질문에도 답변이 가능했다. 우리카드는 추가적으로 일상생활과 관련된 대화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챗봇을 상담기능으로 개발했다면 우리카드는 신규마케팅 채널 및 업무 자동화기능에 중점을 뒀다.

단순 문자 메시지(SMS·LMS)로 대고객 마케팅을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이 웹이나 앱 로그인 시 타깃마케팅 대상인 경우 챗봇을 통해 해당 이벤트를 안내받고 챗봇이 상품 및 이벤트를 추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카드신규 창출 및 매출증대 기능을 강화했다.

간단한 업무는 챗봇이 자동으로 응대해 상담원은 보다 심도있는 상담 및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했다. 챗봇과의 질의응답 중에도 추가로 궁금한 사항은 톡상담으로 상담원에게 물어볼 수 있도록 유기적인 연계가 가능하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앞으로 이상거래탐지 내역을 고객에게 챗봇으로 자동 안내하거나 카드신청 여부 및 신청내용을 챗봇으로 확인받는 등 업무 자동화도 개발해 적용할 예정"이라며 "챗봇 서비스 도입으로 업무프로세스 자동화 및 효율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카드업계에서는 2017년 6월 신한카드를 시작으로 현대카드, 롯데카드가 챗봇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챗봇의정석과 동일한 질문을 각 카드사 챗봇에 해보니 조금씩 다른 점을 알 수 있었다.

신한카드 챗봇은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카드 △업종별 혜택 기반 △내 소비성향에 맞는 카드를 선택할 수 있게 한 뒤 그에 맞는 카드를 알려줬다. 우리카드 대비 고객에게 다시 묻는 질문은 적었지만 답변 형식은 유사했다.

롯데카드의 경우 추가적인 질문 없이 바로 학원 할인 카드를 추천해줘서 다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챗봇 내에서 바로 카드 신청까지 가능한 점은 편리했다.

기존 챗봇에서 카드 발급을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해 별도로 발급 신청을 해야만 했지만 롯데카드는 챗봇과의 대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신용카드사에서 선보인 챗봇 중 최초 사례이다.

현대카드는 해당 질문에 즉시결제 관련 답변을 해 당황스러웠다. 대신 '혜택 좋은 카드 추천해줘'라고 질문하자 의도에 맞는 답변이 나왔다. 타사 챗봇들이 존댓말로 답변을 해주는 것과 달리 현대카드 챗봇은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친근함을 주는 것이 색달랐다.

대부분 챗봇들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빠르고 적절한 대답을 내놨지만 질문 내용을 조금만 바꿔도 챗봇이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챗봇이 상담원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하기 위해서는 질문자의 숨은 의도와 뜻을 파악해 답변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학습과 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현재 챗봇 서비스를 제공 중인 카드사 외에도 하나카드는 연내 최신 기술들을 접목한 챗봇 개발 완료를 목표하고 있으며 삼성·KB국민카드는 챗봇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