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有人 화성탐사 나서는 NASA
한국도 달궤도 전진기지 참여의사 전달
국내 우주탐사 기반 조성에 큰 역할할 것
류장수 <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 AP위성 대표 >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24년 달 궤도에 유인 우주정거장을 건설, 2030년부터 착수할 화성 유인 탐사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이 참여를 원한다면 같이 할 수 있다고 했는데 한국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런 프로젝트는 추진 일정이 있기 때문에 결정이 늦으면 참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1957년 옛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성공에 자극받은 미국의 우주개발은 미국 과학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됐고, 엄청난 파급효과로 미국을 세계 최강국 위치에 올려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막 시작되는 외계 유인 우주개발이 가져다줄 기대효과는 짐작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클 수 있다. 이 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다. 한국의 참여가 결정된다면 투자에 상응하는 개발 분야를 확보, 국내 우주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달 정거장과 유인 화성 탐사 계획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인간 자신이다. 외계 탐사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린다. 지구 환경에만 적응해온 인간을 탐사선에 탑승시키는 문제는 결코 녹록지 않다. 식량, 환경 유지, 방사선 차단 등 무인 우주개발에서는 문제가 안 되는 사항이 유인 우주개발에서는 풀기 힘든 난제로 부상한다. 그래서 인간 대신 인공지능(AI)으로 대신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AI로 대체해도 인간과 다를 게 없을 것이란 논리에서다. 종전에도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기 전에 AI 탑재 컴퓨터(OBC: on board computer)에 의해 조정되는 무인 우주선을 먼저 발사해 왔다.
AI는 우주개발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는 현안이다. 일자리 감소는 물론 똑똑한 AI가 결국 인류를 지배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AI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판단하려면 인간 지능의 실체와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 지능은 동물과 달리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태생적 지적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학습으로 축적되는 후천적 지적 능력이다. 태생적 지적 능력은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게 맞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평가가 다를 수 있다. 한 예로 돌고래의 지적 능력은 인간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이 태어난 직후부터 동물이 사는 것과 같은 환경에서 생활한다면 동물보다 우수하리란 결론을 내리기도 힘든 것 같다. 1920년 인도에서 발견된 ‘늑대소녀’가 좋은 예다.
하지만 유전은 되지 않지만 후천적 지적 능력은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이런 지능은 교육과 학습으로부터 나온 것이고 문화적으로 계속 발전·축적된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런 문화유전자를 ‘밈(meme)’이라고 했다.
인간 사회에서 밈이 탄생한 것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다. 없는 것을 상상하는 능력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크로마뇽인 시대인 3만~4만 년 전부터 밈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대개는 1만 년 전 지구의 기후가 급속히 안정되고 정착사회가 가능해지면서부터라고 본다. 각 분야 과학기술로 구성된 ‘우주개발 밈’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1, 2, 3차 산업혁명 기간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입인 지금 절정에 다다른 느낌이다. 우주개발 밈의 역사는 200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불과한 것이다. 여기서 인간이 함께하는 유인 우주개발과 AI가 대신하는 무인 우주개발의 의미를 구별할 수 있다.
우주개발 과정에서 인간의 안전과 목표 달성을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은 적극 환영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참여하는 우주개발로 가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AI로 논란이 되고 있는 타 산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효율적이더라도 인간이 배제된 AI만의 세상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다. 단독으로 유인 우주개발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NASA의 유인 우주개발 계획에 참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