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75세 만학도 래퍼 임원철 씨의 값진 대학 졸업장"

입력 2019-02-14 10:39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시간에 학우들이 쫓기며 시험지에 써내려가는 딱딱딱! 펜 소리는 제겐 희망의 연주곡처럼 들렸어요.”

오는 15일 한남대 학위수여식에서 75세의 나이로 학사학위를 받는 해방둥이(1944년생) 임원철 씨(대전시 동구 가양동·사진)의 별명은 ‘할아버지 래퍼’다.

평소 젊은이들의 음악인 랩을 즐겨 듣고 직접 랩을 부르는 임 씨는 한남대 랩 동아리(토네이도) 활동을 비롯해 각종 TV 방송에서 랩을 선보이며 화제의 인물이 됐다.

임 씨는 지난 날 건축자재 사업과 운동으로 달련된 건강한 신체와 랩을 통해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4년간의 대학생활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임 씨의 제2의 인생은 60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17세부터 아버지와 함께 건축자재 생산업에 종사하며 앞 만보고 달려온 임 씨는 65세 때 모든 사업을 내려놓고 못다한 공부를 하기 위해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대전 예지중·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학업에 매진한 임 씨는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2015학년도 수시모집 일반전형으로 한남대 도시부동산학과에 합격했다.

손주 나이의 학생들과 같이 15학번 새내기 대학생 생활이 시작됐다.

임 씨는 학과 학생들과 처음 대면하는 오리엔테이션(OT) 시간에 랩으로 본인 소개를 하는 등 젊은이의 문화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했다.

임 씨에게 랩은 젊은 학우들과 이어주는 도구임과 동시에 외롭고 어려운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랩을 향한 임 씨의 열정은 대단했다.

4년의 대학생활 동안 한남대 축제무대를 비롯해 케이블방송 Mnet의 ‘쇼미더머니5’, ‘슈퍼인턴’, KBS 생생정보통,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MBC 파워매거진 등에 출연하는 등 종횡무진이었다.

임 씨는 학교와 학우들을 위해 보람된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대학 4년 동안 한번 도 거르지 않고 매월 5만원씩 장학금을 기탁하는 선행을 베풀었다.

졸업을 앞둔 임씨의 다음 도전은 전국일주를 하며 자유여행을 하는 것이다.

임 씨는 “세상은 도전하는 무대 같다"며 "남은여생을 보다 즐겁게 더 부딪쳐 보려한다”고 말했다.

임 씨는 15일 한남대 성지관에서 열리는 2018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총장공로상을 수상한다.

한남대는 이번 학위수여식에서 학사 1739명, 석사 226명, 박사 28명, 공개과정수료 44명 등 총 2037명을 배출한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