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려면 5월 ·11월 노려볼만"

입력 2019-02-13 17:01
수정 2019-02-13 17:29
내집마련 전략

박지현 신한銀 미래설계센터 과장
"집 구매에 적기는 없어…자금 여건 맞춰 결정해야"
지나친 대출은 가계에 불행


[ 전형진 기자 ] “남의 집값 올랐다고 배 아파서 따라 산다면 무주택자라도 투기입니다. 더 떨어지면 사야겠다는 마음도 마찬가지죠.”

박지현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과장은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을 사는 건 시기에 맞춰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꺾이면서 내 집 마련 시기를 저울질하는 무주택자들이 늘자 주의를 당부한 것이다.

그는 은행에서 은퇴 고객을 상대로 노후설계와 상담을 진행하는 게 주요 업무다. 10년 이상 투자도 병행해 부동산 바닥에선 잔뼈가 굵다. 이 같은 노하우를 담아 《오르는 집 내 집 만드는 비법》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서두르는 게 가장 큰 위험

박 과장은 “지금이라도 집을 사는 게 맞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는다. 그때마다 “지금 꼭 사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하세요”라고 답한다.

박 과장은 첫 집을 마련하기에 앞서 머릿속에서 두 가지를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적 박탈감’과 ‘저점’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락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추격 매수에 나서거나 막연한 바닥 다지기만 기다리면 자신의 상황과는 반대로 행동할 수 있어서다. 그는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일 때 무리하게 편승해선 안 된다”며 “자신의 자금 여건이 갖춰졌을 때 집을 사더라도 결코 늦지 않다”고 말했다.

소득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레버리지 활용은 가계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경고다. 주거비에 너무 많은 돈이 얽매이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 과장은 “첫 집을 사는 이들은 대부분 주택 자체에 매몰돼 관리비를 간과한다”며 “신혼부부들은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중형 면적대 아파트를 샀다가 2억~3억원의 대출 이자와 맞먹는 관리비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두르기보단 돌아가도 좋다는 게 박 과장 지론이다. 그는 “서울에 집 한 채 사기 힘들어졌다고 말하지만 그건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며 “자가로 살고 싶은 지역이 있다면 우선 전세로 살면서 자산을 늘린 뒤 지역 내 갈아타기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가격에 낚이면 안 돼”

자금이 갖춰졌다면 중요한 건 손품과 발품, 거래의 기술이다. 요즘 뜬다는 지역부터 찾는 건 금물이다. 박 과장은 “생활 패턴이나 직장 위치 등을 고려해 살 곳을 선정해야 한다”며 “지역을 정했다면 손품을 팔아 기초적인 자료 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주변 경매 사례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경매 사이트의 경매 물건 분석을 들여다보면 단지나 동·호별 장단점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기 때문이다.

발품을 팔 땐 여러 날에 걸쳐 서로 다른 시간에 방문하는 게 좋다. 시간대별 주변 교통 상황이나 일조량 등을 점검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자신이 거래할 집을 방문해 사진을 찍는 등 꼼꼼히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박 과장은 “중개업소에서 거래를 빨리 성사시키기 위해 투자성을 거론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며 “시세나 실거래가 차이에 혹해서 흔들리기보단 자신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야 할 집을 구하고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약할 땐 부모나 배우자와 동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박 과장은 “동행인이 있다면 자신이 간과한 부분을 짚어주거나 환기가 가능하도록 끊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계약서를 미리 받아 보거나 날인을 하루 정도 미루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그는 “계약서를 받자마자 무턱대고 서명했다간 나중에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는 상황이 생겨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 받는다면 5·11월”

박 과장은 안정적인 범위에서 은행 대출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것도 내 집 마련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는 “금리를 구성하고 변동시키는 요소는 많지만 일반적으론 5월과 11월에 저금리 상품이 나오곤 한다”며 “시중은행 지점들이 이맘때쯤 좋은 금리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그가 입행 초기 여신을 담당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다.

저금리가 능사는 아니다. 우대금리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금리가 되레 오르는 경우도 많아서다. 박 과장은 “억 단위 대출이기 때문에 금리 0.1%포인트에 따라 이자 차이도 어마어마하다”며 “최소 2~3개월에 한 번씩은 카드 사용액과 자동이체 등의 조건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 갈아타기를 고려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현재 금리에 만족하지 못해 대출을 갈아타야 한다면 기존에 실행 중이던 대출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금리보다 중요한 건 관리”라고 강조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