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격 대비 명목
국민 검열·통제 시도 의혹
[ 추가영 기자 ] 러시아 정부가 외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자국민의 국제 인터넷망 접속을 전면 차단하는 ‘킬 스위치(kill switch·비상 정지)’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영국 BBC 등 외신들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 사회가 러시아를 제재할 목적으로 인터넷망 접속을 차단할 경우 자체적으로 인터넷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의회에 제출된 ‘디지털 경제 국가 프로그램’ 법안에 따르면 러시아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국제 인터넷망 접속이 끊길 경우 가동할 수 있는 자체 도메인 네임 시스템(DNS)을 구축해야 한다. 또 MTS, 메가폰, 비라인 등 러시아 통신사는 자국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통신 감독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가 통제하는 경로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이 법안에 따라 새롭게 설계한 시스템의 작동을 점검하는 이번 실험은 해당 법안의 수정안 제출 마감일인 4월 1일 이전에 진행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러시아 정부가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인터넷에 대한 검열과 통제를 강화하려고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실험에 성공하면 인터넷망을 국영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언론 자유가 제한된 국가일수록 인터넷 차단은 국민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기 쉽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인터넷망 접속을 전면 차단하면 러시아 인터넷 트래픽에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