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카드모집인 4000명 '실직'…"어려우니 나가는 수밖에"

입력 2019-02-12 07:00
수정 2019-02-12 11:39

# "갈수록 신용카드 신규 발급이 어려워지는데다 올해 들어 카드사들이 모집인 수당을 깎는 분위기예요. 새로 시작한 카드모집인들이 금방 일을 그만두는 사례가 많아요." 현대카드의 카드모집인으로 20년간 활동 중인 A 씨는 최근 카드업계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카드업계이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카드모집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해에만 4000여 명의 카드모집인이 실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경영 환경 악화와 함께 카드모집인들이 업계에서 설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신용카드 모집인은 1만260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4051명) 감소했다.

카드모집인은 2016년 2만2872명에서 2017년 1만6658명, 지난해 1만2607명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카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각종 규제가 강화돼 활동반경이 축소된 카드모집인들이 자발적으로 업계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앞서 정부가 8000억원 규모의 수수료 인하 내용을 담은 카드수수료 종합개편안을 발표할 때부터 예고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카드사들은 줄어든 수수료를 메꾸기 위해 비용 감축이 불가피한데 카드모집인을 통한 카드 발급은 상대적으로 고비용 채널이기 때문이다.

카드모집인은 보통 카드 발급 건수에 따라 카드사로부터 수당을 받는다. 카드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신용카드 한 장당 모집인에게 떨어지는 수당은 10만~15만원 수준이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지속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온라인, 모바일 등 비대면을 통한 카드 발급을 강화하고 있다.

카드모집인을 통해 카드를 발급할 경우 카드 발급 수당, 점포 관리 비용 등 40여 만원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비대면으로 발급하면 비용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앞서 카드사들은 모집인 비용을 축소하기 위해 지역별 영업소를 일부 통폐합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2016년 상반기 기준 28개던 국내 지점 및 출장소를 지난해 상반기 22개로 줄였다. 같은 기간 하나카드는 48개에서 38개, 현대카드는 103개에서 89개로 감소했다.

이와 함께 카드사들은 온라인 전용카드를 선보이며 고객들의 비대면 카드 발급을 유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반 원스톱 카드 발급체계를 구축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신청자가 입력한 내용을 바탕으로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카드를 발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5분이면 카드 신청에서부터 발급 및 이용이 가능하다.

롯데카드는 24시간 365일 빠른 심사 발급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신한카드 또한 모바일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간단한 본인 확인 후 별도 심사 없이 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

이에 카드모집인 없이 고객이 직접 인터넷으로 혜택을 비교하고 가입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비대면으로 카드 발급 시 할인·적립 등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커 대면 발급보다 유용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을 통한 카드 발급이 늘면서 카드사는 비용 절감이 가능하게 됐지만 카드모집인들은 신규 회원을 유치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정부가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카드모집인들의 업황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올해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보험가입이 의무화되면 카드사들은 보험료 부담으로 인해 모집인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고객들도 모집인들 통해 카드를 발급받는 것보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등 영업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며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로 앞으로도 카드모집인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