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쫓기고, 연체 늘고…P2P 업계 '발동동'

입력 2019-02-10 18:16
수정 2019-02-11 10:04
산업리포트

경기불황 여파 부실화 조짐
연체율 계속 늘어 6% 육박
협회 회원사 8개월 새 13곳↓

후발주자 카카오로 '쏠림현상'
두달 만에 250억 쓸어가
"중소업체 경영여건 갈수록 악화"


[ 윤희은 기자 ] 개인 간(P2P) 대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불경기로 연체율이 치솟은 데다 경쟁 구도도 심상찮다. 정보기술(IT)업계 ‘공룡’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페이가 P2P 중개영업을 시작하면서 거래 업체를 바꾸는 고객이 급증했다. 규모가 작은 업체는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을 선언하고 있다.


취급액 증가세도 주춤

10일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회원사는 지난해 4월 65곳에서 12월 52곳으로 급감했다. 줄어든 13곳은 폐업하거나 사기 혐의 등의 논란에 휩싸여 제명당한 곳이다.

취급액 증가세도 한풀 꺾였다. 지난해 4월 2조3929억원이던 P2P협회 회원사의 누적 취급액은 한 달 후인 5월 2조2093억원으로 첫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후 취급액이 늘어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간신히 누적 취급액 3조1798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4월 이전까지 매달 누적 취급액이 1000억~2000억원 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반면 연체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17년 12월 3.95%였던 P2P협회 회원사의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5.81%로 올랐다. 연체·부실률이 높은 업체를 지속적으로 제명했음에도 계속 치솟는 모습이다.

P2P시장 위축은 불황과 관련이 깊다. 통계청이 지난 8일 공개한 2018년 12월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10개 지표 가운데 소매판매액지수, 수출액, 소비자기대지수 등 8개 지표가 ‘전월 대비 감소’하거나 ‘추세 하회’를 나타냈다. P2P 업체의 주 고객인 저신용자들이 제때 원리금을 갚기 힘든 상황이다.

P2P시장에 호의적이지 않은 금융당국의 규제도 위협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은 2017년 2월 개인당 P2P 투자 한도를 연 1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업계 반발이 불거지자 2000만원으로 한도를 올렸지만 고객 모집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한 P2P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1억원으로 투자 한도를 올려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두 달여 만에 250억 모집한 카카오페이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가 P2P시장에 가세했다. 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페이를 통해 지난해 11월 20일 P2P 등 투자상품을 준비하는 ‘카카오페이 투자’를 출시했다. P2P업계 3위인 피플펀드와 손잡고 내놓은 이 상품은 카카오톡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피플펀드에서 상품을 기획하면 카카오 측에서 심사를 마친 뒤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제공한다.

투자자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상품이 출시되자마자 1~2분 만에 완판되는 상품이 부지기수다. P2P 투자자 사이에서는 “카카오페이 투자에 가입하는 건 사실상 ‘선착순 경쟁’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까지 돌 정도다.

수익률은 평균 10% 안팎으로 중수익 수준이지만, 카카오에서 출시했다는 사실 하나로 투자자들은 높은 신뢰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업계 ‘톱3’였던 루프펀딩 대표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등 P2P업계 전반적으로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상품의 신뢰성 여부가 중요해진 영향도 크다. 이 같은 호응을 기반으로 카카오페이는 출시일부터 약 두 달 반이 경과한 지난 8일까지 249억9482만원의 P2P 상품을 중개했다. P2P협회에 등록된 52개 업체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간 누적 취급액을 295억원 늘린 것을 감안하면 ‘핵폭탄’급 데뷔인 셈이다.

카카오페이는 현재까지 134개의 상품을 중개했으며, 취급 상품을 더 늘릴 계획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