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뢰매 리메이크하는 '태권브이 아버지' 김청기 감독
80년대 흥행한 히어로물 '우뢰매'
CG로 '반전 변신' 근사하게 표현
"주인공 웃음 코드, 지금도 통해"
[ 이우상 기자 ] “우뢰매의 매력은 ‘반전’입니다. 누가 봐도 가장 바보 같고 무능력하던 주인공이 변신만 하면 강력한 구원자가 되죠. 주위에 누군가가 보고 있으면 변신을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통할 수 있는 ‘웃음 코드’라고 생각해요.”
서울 명동 재미로에 있는 ‘김청기 기념관’에서 만난 ‘로보트태권브이의 아버지’ 김청기 감독(78·사진)은 곧 제작에 들어갈 ‘우뢰매 리메이크판’에 대한 기대로 한껏 들떠 있었다. ‘우뢰매’는 김 감독이 1986년에 만든 히어로물이다. 그는 “30여 년 전엔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안 돼 표현할 수 없던 것들을 이번엔 근사하게 표현해 보려고 한다”며 “우리 아이들이 아이언맨 같은 외국 히어로 대신 토종 히어로에 열광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대신 직접 메가폰을 잡는 욕심은 내려놓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고문으로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세련된 감각을 갖춘 젊은 감독이 만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처음 제작할 당시 생각한 제목은 ‘레드호크’였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 때문에 우리말로 된 제목을 달아야 해 생각해낸 제목이 우뢰매였다. 그는 “우뢰매는 지금 들어봐도 레드호크보다 멋진 이름”이라며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고 했다.
그는 우뢰매는 젊은 감독에게 양보할 수 있어도 애니메이션 심청전은 꼭 직접 감독을 맡고 싶다고 했다. 3차원(3D) CG 대신 손맛이 느껴지는 2D로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김 감독은 2017년 1월 개봉한 ‘너의 이름은’을 예로 들었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비주류 장르인 일본 2D 애니메이션임에도 370만여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김 감독은 “전래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멋들어지게 풀려면 3D 대신 동양화풍의 2D가 더 근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김청기 기념관에는 로보트태권브이 피규어를 비롯해 김 감독이 그린 ‘엉뚱산수화’ 22점이 전시돼 있다. 검푸른 묵으로 그린 산 아래 우뚝 서 있는 로보트태권브이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김 감독은 “요즘은 판소리와 국악이 퓨전 음악이 돼 외국에서도 인기를 끄는데 우리 전래동화도 퓨전이 돼 세계로 나가지 말란 법은 없지 않겠냐”며 활짝 웃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