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미식회] ② '겨울여행 성지' 부산 1편…해운대·광안리 '세금 맛집' 톱20

입력 2019-02-10 08:52
수정 2019-02-10 11:18
로컬 맛집 찾는 '까칠한' 새 패러다임
맛있는 데이터저널리즘 #세금미식회

② '겨울여행 성지' 부산에 가면 1편
국민 세금, 업무추진비로 발굴한
부산 '핵인싸' 해운대·광안리 등 7개구
'공공의 맛' 지도 #대공개


[편집자 주] 뉴스래빗이 맛집을 찾는 '까칠한'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전국 단위로 말입니다. 여행지 맛집 찾을 때 가장 궁금한 게 '로컬(local·지역민) 맛집'이죠. 그 '로컬 맛집'을 어떻게 아냐구요?

비밀은 바로 '세금'에 있습니다. 뉴스래빗이 결정적 힌트를 드립니다. 맛있는 집이라면 반드시 다시 방문하게 되어 있는 법이죠. '재방문'은 만족도를 증명하는 가장 분명한 행위입니다. 재방문을 많이 했다면 '단골'이 되고, 그만큼 그 집에 쓴 돈도 많아지겠죠.

뉴스래빗은 '로컬'들이 '재방문'하는, 맛집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목록을 확보했습니다. 그것도 정부 공식 공개 데이터에서 추출한 믿을 만한 '진짜배기' 정보입니다.

이른바 '맛있는 데이터저널리즘' #세금미식회.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전국 106만6288명(2018년 9월 30일 기준) 공무원들. 이들 100만 공무원이 업무추진비, 즉 국민의 세금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굴한 '공공의 맛' 지도를 여러분께도 공유드립니다.


부산은 국내에서 손에 꼽을 만한 '관광도시'입니다. KTX를 타고 가면 웬만한 지역보다 서울에서 가깝고, 시 전역이 지하철·버스 등으로 사통팔달 연결돼 있어 구석구석 다니기에 제약도 없어 전 국민이 즐겨 찾죠.

수도권 젊은 층에겐 '겨울여행의 성지'로 손꼽힙니다. 전통의 겨울바다 명소, 강릉 속초 등 동해권보다 거리는 더 멀지만 세련된 핫플레이스와 젊은 층이 많고, 무엇보다 맛집이 넘쳐나는 곳이 '따뜻한 남쪽나라' 부산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식당도 많고, 정보도 많아 맛집 검색 난이도가 '최상'이란 점입니다. 이쯤 되면 '로컬'에게 물어보는 것도 무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부산의 '자타공인 맛집'은 어디일까요. 뉴스래빗이 믿을 만한 데이터에서 꽤 합리적인 '맛집 리스트'를 뽑았습니다. 이른바 '맛있는 데이터저널리즘' #세금미식회.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전국 106만6288명(2018년 9월30일 기준) 공무원들. 이들 100만 공무원이 업무추진비, 즉 국민의 세금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굴한 '공공의 맛' 지도를 여러분께도 공유드립니다.

세금미식회 ②회는 '겨울여행의 성지' 부산으로 갑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광활한 도시입니다. 그래서 두 편으로 나눠 세금미식회를 엽니다.. ①회에서 다룬 제주도보다 분량이 훨씬 방대하기 때문이죠. 먼저 살펴볼 곳은 부산의 북부와 동부, 해운대·광안리와 동래·금정으로 유명한 7개 지역입니다, 세금미식회 부산 편 #어서오이소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hr style="border: 3px solid #666; width: 25%; align:left" />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광역자치단체 17곳은 업무추진비를 의무 공개한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쓰는 돈이다. 하루에 한 번 공개하는 곳도 있지만 1년에 한 번 몰아서 공개하기도 한다.

뉴스래빗은 부산광역시청 및 금정구·기장군·동래구·북구·수영구·연제구·해운대구청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내역 전수를 분석했다. 총 9094개 문서에서 지출 내역 5만6309건을 수집했다. 부산광역시청 및 시장, 7개 구·군청 및 청장의 지출 내역을 포함한다.

부산시와 7개 구·군청이 지출 장소를 명시한 곳 중 음식점만 추렸다. 해당 음식점에 쓰인 업무추진비 전액이라고 보긴 어렵다. 아예 장소가 써있지 않거나, '음식점' 등으로 뭉뚱그려 표기한 내역이 많기 때문. 다만 파악 가능한 집행 횟수나 액수는 분명한 '맛집의 증표'인 만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각도로 분석했다. 부산 세금미식회
업무추진비 1, 2, 3위 식당은 바로



부산 북부·동부 최고의 '공무원 맛집'은 '영신한우마을'입니다.

부산 북부와 동부에 위치한 7개 구·군(금정구·기장군·동래구·북구·수영구·연제구·해운대구)을 통틀어 업무추진비가 가장 많이 쓰인 식당입니다. 부산 공무원들은 이 식당에서만 총 8541만6330원을 썼습니다. 각 구·군청에 더해 연제구에 위치한 부산시청까지 총 8곳의 공개내역 기간은 상이하지만(최장 부산시청 최근 9년10개월치, 최단 북구청 최근 1년치) 평균적으로 6년4개월동안 이 금액을 사용한 겁니다.


부산이라 세금미식회 1위 식당이 횟집, 꼼장어집, 생선구이집 등 수산물집일 줄 알았습니다만 역시나 소고깃집입니다. 영신한우마을은 연제구청 바로 뒷편에 있습니다. 식당 외부가 1502번 실제 버스로 장식된 곳으로 유명하더군요. 대표메뉴는 국내산 한우 모듬. 네이버 메뉴판 정보로는 한우 모듬 600g이 15만원이군요. 돼지고기도 맛있다는 평가가 많군요. 삼겹살 목살 등이 포함된 돼지모듬 400g 4만원 메뉴도 인기랍니다.

2위 식당은 '만성횟집', 드디어 횟집이 발견됐습니다. 부산 공무원이 업무추진비로 총 5122만8900원을 이 횟집에 썼습니다.


만성횟집은 부산시청에서 약 400m 떨어진 거제리시장 복개천 내에 있는 식당입니다. 블로그 리뷰를 찾아보니 로컬 부산사람 방문이 많은 곳이더군요. 모듬회가 4만~6만원대, 자연산과 돌돔 회는 싯가로 판매 중입니다. 회를 시키면 같이 나오는 밑반찬도 괜찮다는 평가입니다.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되는 '참숯갈비'가 3953만9800원으로 3위입니다. 참숯과 석쇠에 구워주는 LA갈비, 그리고 제주돼지갈비, 갈매기살이 인기였다고 하는군요. 부산 114 고객센터와 네이버 지도 로드뷰로 확인해본 결과, 해당 식당은 현재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산시청 공무원의 마지막 참숯갈비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2018년 12월 6일입니다.

4위는 '보궁한정식'입니다. 2위를 차지한 만성횟집과 멀지 않은 곳에 있군요. 수라상(3만원), 용궁상(3만9000원), 보궁상(5만5000원) 등 한정식 상차림이 주력인 식당입니다. 가격이 좀 나가지만 격식을 어느 정도 차려야 하는 간담회 식사장소로 애용됐다고 합니다.
'핵인싸' 해운대 광안리
'세금맛집' 1, 2, 3위 식당은 바로

아무래도 종합 '톱20'엔 부산시청 인근 식당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광역시청인 만큼 지출 규모도 클테니까요.

각 구·군별로 나눠 '톱20'을 꼽아보겠습니다. 부산 여행객들이 부산시청 주변 연제구를 자주 가진 않죠.


부산 여행의 성지, '핵인싸(핵심 인사이더)'는 단연 해운대와 광안리 입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해운대구에, 광안리해수욕장은 수영구에 있죠. 해운대구청과 수영구청이 각각 해운대, 광안리와 멀지 않아 '여행지 맛집'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해운대구, 수영구 '톱20'만 따로 뽑아 살펴볼까요.


해운대구청 업무추진비 1등은 '해송'입니다.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고기집입니다. 소고기 등심, 갈비, 꽃살 등 부위별로 200g당 1인분 2만~3만원에 판매하더군요. 어디든 있는 흔한 갈비집이지만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고 자리가 넓어 회식 장소로 자주 활용된다고 합니다.

2위 역시 고깃집 '본가'입니다. 해운대구청, 해운대해수욕장과는 조금 떨어진 부산 2호선 중동역 근처에 있습니다. 본가는 '백종원 브랜드' 체인점으로 유명하죠. '본가'는 방송인이자 요리연구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시그니처 우삼겹 메뉴가 주력입니다. 주력 메뉴인 우삼겹은 200g에 2만6000원, 싼 가격은 아닙니다. 1위를 차지한 '해송'에 비해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차돌된장찌개 등 식사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3·4위는 나란히 복국집이 차지했습니다. 3위 금수복국과 4위 초원복국입니다. "우리가 남이가" 초원복국 사건으로 유명한 그 집의 해운대 분점입니다. 해운대구청 업무추진비가 금수복국에 1118만9240원, 초원복국에 1095만2000원 쓰였죠.

<hr />초원복국 사건 :) 부산 남구 대연동 본점에서 1992년 대선을 1주일 앞둔 12월 11일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김기춘 등이 모여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 감정을 부추기고, 정주영(통일국민당 ) 김대중(민주당) 등 야당 후보는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하자고 공모한 사건.<hr />

해운대구청 바로 옆, 해운대해수욕장 번화가 내에 위치한 금수복국은 TV에도 여러 번 소개된
맛집입니다. 가격은 은복국 1만1000원, 밀복국 1만8000원, 까치복국 2만원 수준. 업무추진비로 먹기에 적당합니다. 초원복국은 은복국 1만2000원, 까치복국 1만9000원으로 금수복국과 비슷한 가격대입니다. 양대 복국집에만 2200만원이라니. 부산 공무원들의 복국 사랑, 결코 식지 않습니다.





광안리 인근 수영구청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 맛집' 1위는 646만5000원이 쓰인 '대박생오리' 집입니다. 수영구청에서 약 500m, 부산 2호선 남천역 KBS홀 인근에 있는 오리고기 식당입니다. 180g에 8000원 하는 오리불고기가 대표 메뉴인 것으로 보입니다. 3만5000원정도 하는 오리볶음탕, 오리백숙 등이 업무추진비로 먹기 좋아 보이네요.

간발의 차로 2위는 '원조언양불고기' 입니다. 광안리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죠. 수영구청과 거리도 제법 있는 걸 보니 꽤나 맛있는 집인가보네요. 규모가 크지 않아보이는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로 620만3000원어치나 먹었습니다. 가격이 좀 나가기 때문인데요. 대표 메뉴인 불고기가 150g에 2만9000원입니다. 같은 메뉴를 파는 집이 여럿 모여 있는 이른바 '언양불고기 골목'에서도 이 집에 업무추진비가 몰리는 이유, 그만큼 맛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3위는 '수미식당'입니다. 돼지고기 구이 맛집이라고 합니다. 생고기(오겹살), 양념갈비, 항정살이 주 메뉴죠. 생고기는 130g에 9500원, 양념갈비는 200g에 8500원, 항정살은 120g에 1만원입니다. 고기가 맛있어 매일 저녁마다 인근 주민들로 꽉 찬다고 리뷰들이 눈에 띕니다.

부산 7개 구 각각 '톱20'
맛집 전체 140곳 지도

자, 뉴스래빗 #세금미식회 부산 1편 잘 보고 계신가요? 부산이 서울에 이은 규모 2위권 대도시이다보니 지역을 2등분해 #세금미식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산광역시청 및 금정구·기장군·동래구·북구·수영구·연제구·해운대구청 등 7개 지역을 먼저 둘러보고 있는데요.

'톱20'을 꼽아보니 한정식, 돼지고기, 소고기, 오리고기, 해산물, 중식 등 다양한 식당이 고루 나왔습니다. 인터넷에 '부산 맛집'을 검색하면 관광지 식당이거나 이른바 '인스타그램 핫 플레이스'로 극과 극을 달리는데요.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 위주로 부산에 '식도락 여행'을 가고자 한다면 이 '톱20'을 꼭 참고하세요. 세금으로 쌓은 데이터 중에서도 손에 꼽는 곳들인 만큼, 맛은 보장된 셈이니까요.

각 관공서 근처 '공무원 인기 식당'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 아래 지도를 움직여 살펴보세요. 각 구·군별 상위 20곳을 추렸습니다. 이미 문을 닫았거나 상호명만으로 위치를 알 수 없는 식당은 지도에서 제외했습니다. 북구청은 업무추진비 내역에 지출처를 하나도 적지 않아 표시하지 못했습니다.



업무추진비=식사비?
절반 이상이 '간담회'



지자체 업무추진비는 다양한 용도로 쓰입니다. 부서를 운영하거나, 각종 행사나 단체를 격려하거나, 직원들 경조사를 챙기기도 합니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명목은 '간담회'입니다. 부산시청과 7개 구·군청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전체를 합해보니 간담회에만 약 87억9534만원을 썼습니다. 공개된 업무추진비 158억여원 중 절반을 훌쩍 넘죠. 다른 모든 명목을 다 합친 금액보다 많습니다.

이야기 나누는 '간담회'에 무슨 돈이 쓰이냐고요? 공공기관 간담회엔 반드시 식사가 포함됩니다. 즉 '간담회'라고 적힌 지출은 모두 식사에 쓰인 셈입니다.

도대체 어디서 드시나요
지출처 표기 28%에 불과

지난 세금미식회 ①회에서 제주도 업무추진비 내역 대다수에 사용처가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부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업무추진비 내역 전체 5만6309건 중 '간담회'는 총 3만973건에 이릅니다. 건수로 따져도 전체의 55%나 되는 셈이죠. 간담회에 업무추진비를 썼으면 식사를 동반했단 뜻. 그런데 3만973건 중 어디서 식사했는지 명기한 항목은 8638건, 약 27.8%에 불과합니다.

부산 업무추진비에서 발견한 '불성실한 지출처 표기'는 곧 대한민국 정보공개제도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한 광역시 내 지자체끼리도 공개 범위, 표기 방식이 제각각이란 반증이기 때문이죠. ①회에 이어 재차 강조하지만, 업무추진비는 2011년부터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정확히 의무 공개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부산 '세금미식회'…
전 국민과 함께 즐겨요

지금까지 소개한 '세금 맛집'들은 모두 부산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에서 뽑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업무추진비 공개의 실태를 보니 지금 소개한 식당들보다 세금이 더 많이 쓰인 '궁극의 맛집'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뉴스래빗 [세금미식회]는 그 '궁극의 맛집'을 찾을 그 날까지 계속됩니다. 업무추진비로 식사하는 게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시민의 세금이 쓰인 곳이라면 어떤 명목이든 상세히, 균일하게, 시민이 열람·활용하기 편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세금미식회]를 마치는 날은 바로 공공데이터의 질이 높아져 시민 모두가 자유롭게 활용하게 될 그 날입니다 !.!



# 세금미식회 맛집, 어디서 찾으시나요.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한 번 먹어봤을 뿐인' 이들의 후기를 보며 갸우뚱하고 계신가요. 혹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음식 사진 때깔만 보고 '하트' 누르시나요. 아니면 골목식당이나 수요일마다 나오는 미식회 같은 TV 프로그램 보고 줄 서시나요. 뉴스래빗 세금미식회가 전국 맛집을 찾는 새로운 대안이 되겠습니다. 지역·메뉴·부서별로 업무추진비를 파헤쳐 '공무원이 다시 찾는 맛집'을 쌓아나갑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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