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기피증 전력이 있으나 꾸준한 상담과 치료…"
고등학교 졸업 후 열람하게된 생활기록부에 정신병력이 적혀있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최근 A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남의 트라우마를 이렇게 서류에 낙인시켜도 되는 거냐"고 고민을 토로했다.
A 씨는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고등학교 시절 수련회나 체육대회, 체험 학습 등에 불참했다. 누군가와 갈등 상황을 만들기보단 조용히 혼자 지내면서 대인기피증 치료도 성실하게 받아왔다.
대학엔 진학하진 않았지만, 최근 졸업증명서를 출력할 일이 있어서 학교에 갔다가 생활기록부를 열람하게 됐고, 고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내성적인 면이 강함', '어둡고 우울한 성격 탓에 교우 관계가 원만하지 못함', '대인기피증 전력이 있으나 꾸준한 상담과 치료를 통해 의사소통 능력과 자신감이 향상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됨' 등의 문구를 적어 놓은 것을 확인했다.
A 씨는 "선생님과 싸운 적도 없었고, 당시 누군가와 싸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너무 힘들어서 행사에 빠진 건데, 담임이 소통과 화합을 중요시하는 분이라 '내가 적응 못한다'면서 싫어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교사라면 이러면 안되는 거 아니냐"며 "이제 약도 끊고 잘 살고 있는데, 평상 정신병 환자로 낙인 시킨거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2학년 담임 선생님은 A 씨에 대해 '부드럽고 온화한 성격으로 친구들을 대해 여러 친구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 '미적 감각이 뛰어나고 감수성이 다른 학생들보다 두드러진다', '학업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시간 관리를 엄격히 하여 자신의 학습 상황을 통제할 줄 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성적이 향상된 모습을 보임' 등의 긍정적인 의견만 적어 놓았다.
네티즌들은 "의사도 환자의 진료기록을 공개하는 건 불법이다", "생활기록부 작성 메뉴얼이 있는데, 저렇게 작성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본인을 선생님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학폭위에서 전학 처분이 나도 안가고 끝끝내 버티면서 피해자, 학교 상대로 민사, 형사 고소파티하던 애도 생활기록부엔 '성격이 밝고 낙천적이며 주변에 친구들이 많다'고 적어준다"며 "병력을 기재한 건 진짜 큰 잘못이다. 다만 발전 가능성을 언급해서 메뉴얼에 어긋나진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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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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