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R까기] 아꼈던 청약통장, 지금 꺼내도 될까요?

입력 2019-02-10 08:01
수정 2019-02-10 11:11
집값 떨어지고 청약 경쟁률 낮아질 전망
무주택자 유리한 상황에도 청약 망설여
"까다로운 조건, 무주택자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부동산 시장이 싸늘하기 짝이 없다. 집값은 떨어지고 거래는 정지된 상태다. 시장에는 매물이 넘쳐나지만 매수자들은 심드렁한 상태다. 이제 무주택자들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 시작됐다. 어차피 집을 살거라면 '지금 살 것이가', '분양을 받을 것인가'다. 설 연휴가 마무리되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분양 시장이 열린다. 작년에 서울 공급은 뜸했지만, 연기되고 미뤄졌던 분양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3월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총 4만4459가구로, 전년동기(2만7518가구)와 비교하면 약 1.6배 늘어난 수준에 달한다. 주목을 끄는 부분은 서울 및 수도권 분양이다.서울 노원과 서대문, 송파, 동대문 등에서 1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단지가 공급된다. 경기 광명·안양 재건축과 인천 검단신도시 등에서도 쏟아진다.

작년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들은 대부분 '로또'였다. 아파트값이 전청부지로 치솟다보니 분양가와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값이 떨어지면서 로또 아파트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동시에 청약경쟁률도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서는 '묻지마 청약'이 당연시 됐지만, 최근 2년여만에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현재 시장만 보면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에게는 유리한 조건임이 틀림없다. 집값 폭등과 높은 청약경쟁률 등으로 맘고생을 했을 대상자들이다. 집값이 떨어지니 골라갈 수 있는 집도 있고, 분양이 쏟아지는데다 조건도 유리하니 청약을 해볼만한 상황이다. 작년말 청약제도가 개편돼 분양에 있어서 청약경쟁률을 상대적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경쟁률이 낮아지니 낮은 점수로도 당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망설이고 있다. 청약의 조건들이 늘어난 만큼 고려해야할 상황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너무 까다로운 조건은 유주택자에게만 부담이 아니다. 무주택자들도 너무 높아진 문턱에 갈등을 하다가 포기하고 있다.

위례신도시를 목표로 청약을 하고 있는 예비 수요자들을 만났다. 신혼희망타운을 노리고 있는 A씨는 거주의무기간이 부담이었다. 작년말 전용 46㎡(분양가 3억7100만원)에 신청을 하려다 최종 포기했다. 이유는 거주의무기간 때문이었다. 큰 아이가 이미 있고 둘째를 고려하고 있는데 46㎡은 너무 작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또 직장과 거리가 있어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출퇴근 하기에도 걱정이 됐다. 위례신도시의 교통시스템이 불편하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던 터였다. 신도시의 경우 전세로 돌렸다가 자금 사정이 충분하고 인프라가 갖춰지면 집주인들이 들어오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거주의무기간이 5년 이다보니 대안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B씨는 중고등학교 자녀와 시어머니와 거주하고 있는 세대다. 무주택 기간도 길었지만, 몇점차로 늘 고배를 마셨다. 위례신도시, 미사강변도시, 감일지구 등 안 넣은 곳이 없었다. 이제는 청약에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오히려 그는 망설이고 있었다. 괜히 무주택을 고수했다가 '기회를 놓쳤다'는 게 그의 얘기다. B씨는 "전매제한기간 8년 후가 아득하다"며 "애들이 성인이 되는 건 물론이고, 가뜩이나 좋지 않은 어머님의 병환이나 남편의 퇴직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가 젊고 애들도 어렸을 때에는 점수가 안됐는데, 이제 점수가 되려고 하니 고려할 점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집안 사정에 따라 전매를 할 수도 있는데, 8년으로 묶어놨으니 어떤 변수에도 대응이 안될 것 같다는 게 그의 얘기다.

미래를 예측하는 건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집'과 관련된 미래를 예측하기란 더 그렇다. 현재 시장은 '시장'의 원리 보다는 '정책'이 끌어가는 형국이다. 앞으로 시장이 더 위축돼 풀어주는 정책이 나올지, 안정화됐다는 판단에 현재의 정책이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장 하반기가 어떻게 될지 내년 시장이 어떻게 될지도 예상하기 어렵다. 8년 후의 미래는 더 그렇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