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2박3일 평양협상 마치고 귀환…9일 우리 정부에 訪北결과 설명

입력 2019-02-08 17:50
美·北 실무협상 마무리

미사일 폐기, 美·北 핵심 의제로

美 "북한 미사일 모두 없애라"
영변 核폐기외 '플러스α'로 거론…지난달 김영철 방미때 조율한 듯

美, 대가로 경제적 번영 약속…MF·세계은행 등 가입도 검토
"제재 완화는 완전 비핵화 후에"


[ 박동휘 기자 ]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미사일 폐기’가 미·북 협상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α(플러스 알파)’로 거론된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제재 완화를 제외한 ‘모든 카드’를 북측에 제시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2박3일(약 55시간) 동안의 ‘평양 협상’을 마치고 8일 서울로 귀환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어떤 답을 들고 왔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북 팽팽한 기싸움 지속

전문가들은 오는 27~28일로 예정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미사일 담판’에 집중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백악관 회동에서 ICBM을 포함해 북한이 보유한 모든 미사일을 폐기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말했다. 김영철을 통해 미국의 입장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명확하게 전달했다는 얘기다.

미국은 지난달 스톡홀름 실무협상 등을 통해 미사일 폐기에 관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엔 ICBM의 해외 반출과 기술자 해외 추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김정은과의 2차 정상회담을 위해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추가 카드를 원하고 있다”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달 말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언급한 우라늄 핵시설 폐기와 모든 미사일 폐기가 추가 요구사항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미사일 폐기’는 외교 치적을 과시하기 위해 김정은과의 성과 없는 핵담판을 활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다목적 카드가 될 전망이다. 북한이 미사일 폐기를 수용한다면 미국 조야의 우려를 일시적이나마 불식시킬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11일 “(북한과의 핵협상은) 궁극적으로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미사일 폐기에 중·단거리용도 포함하는 문제는 미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일본의 강력한 요구사항이다.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 이뤄지나

미국은 ‘+α’에 대한 대가로 경제적 번영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 부회장을 지낸 비건 대표를 내세워 북한이 비핵화 및 미사일 폐기로 얻게 될 다양한 ‘미래형 카드’를 제시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자유아시아방송은 7일(현지시간)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가입이 비핵화 등에 대한 상응조치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IMF 등 국제기구 가입은 민간 자본의 대북 투자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IMF와 세계은행 가입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미국 관리들도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의 상응조치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건 비건 대표가 가져간 선물 보따리에 제재 완화 여부가 담겼느냐다.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7일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에 잘 담겨 있다. 그는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북한 주민을 위한 밝은 미래”라며 “그러나 우리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도달할 때까지 유엔 제재를 이행하는 데 단결돼 있다”고 했다.

‘김정은 결단’만 남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북 협상에 대해 “북한은 원하는 게 분명한데, 미국은 줄 게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영철 방미→스톡홀름 실무협상→트럼프 대통령의 베트남 정상회담 발표’로 미·북 2차 핵담판 성사는 9부 능선을 넘었지만, 마지막 고비가 남았다는 얘기다.

한 외교 소식통은 “현재 북·미 관계는 어떤 행동을 주고받을지에 관한 ‘밀당’이 중심이라기보다는 엄밀히 얘기하면 상대방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대북제재 완화 조치가 없더라도 김정은이 베트남에 나타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지난 6일 이례적으로 평양으로 직접 가서 실무협의를 한 건 김정은의 최종 결심을 듣기 위해서라는 추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비건 대표는 이날 저녁 미군 수송기를 타고 평양을 출발,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오후 6시34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그는 평양에 약 55시간 머물며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북한 대사와 실무협상을 벌였다. 본국에 협상 결과를 보고한 뒤 9일 청와대를 방문, 정의용 안보실장과 만나 방북 협의 결과를 설명하고 후속 협상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예방한 뒤 10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