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 비즈
신개념 손목보호대 '피코팬드' 개발
통증 일으키는 손목뼈만 고정
세포괴사·가려움 등 부작용 없어
집 한채 값 들여 10년만에 개발
[ 이관우 기자 ]
“골프는 치고 싶은데 손목은 아프고, 어떻게 하면 라운드를 할까 궁리하다 한번 만들어 본 건데…,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네요.”
이상진 바른병원 원장(사진)은 골프 마니아다. 정형외과 전공인 그는 군의관 시절인 1996년 채를 잡기 시작해 2005년 언더파에 진입한 아마추어 고수다. 큰 교통사고를 당해 몸의 일부가 마비됐던 2002년, 주변에선 그의 골프도 끝났다고 했다. 그는 목보호대를 차고 나타나 기어이 샷을 날렸다. 이 원장은 “완전히 미쳐있던 때였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때의 경험이 신개념 손목보호대 ‘피코팬드’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곤 그도 처음엔 생각하지 못했다. 한창 골프에 물이 올랐던 2004년, 실내연습장에서 아이언 샷을 찍어 치다가 손목 부상을 당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딱딱한 매트의 진동이 문제였다. 이 원장은 “손목은 아픈데, 골프는 너무 하고 싶은 절실함이 피코의 출발점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피코밴드는 통증의 원인을 만들어내는 손목뼈만 선택적으로 고정하고 압박한다는 게 일반 손목보호대(속칭 아대)나 보호 테이프와 다르다. 손목시계 줄처럼 생긴 밴드 안쪽 표면에 이중 패드를 덧대 손목과 팔을 연결하는 부위의 요골과 척골만을 밀착해 고정한다. 이 원장은 “테이핑이나 아대는 신경과 혈관, 근육 등 손목 전체를 감싸 압박하기 때문에 세포 괴사나 피부 가려움증, 다른 근육의 통증 등을 유발하는 단점이 있는데 피코밴드는 그런 부작용이 없다는 게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압박 강도 조절이 가능하고 탈·부착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처음부터 제품화를 생각했던 건 아니다. 손목시계와 비슷한 프로토타입을 뚝딱뚝딱 만들어 혼자 착용해봤다.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손목과 어깨 통증으로 고생하는 몇몇 지인들에게 나눠줬다. 제품 상용화는 그의 의지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 좋겠다”는 지인들의 강권(?)에서 비롯됐다.
사업화는 녹록지 않았다. 특허 확보에 2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등 제품 생산체계를 갖추는 데에만 ‘아파트 한 채 값’이 필요했다. 진료를 보는 틈틈이 사업을 챙겨야 하는 탓에 시간도 많이 걸렸다. 완성품은 지난해 3월에야 출시됐다. 제품 개발에 착수한 지 10여년 만이다.
출시 1년도 채 안됐지만 알음알음 소문이 나면서 고객층이 꽤 두터워졌다. 프로골퍼를 비롯해 격투기, 테니스, 배드민턴 등 손목을 많이 쓰는 스포츠인들이 주 고객이다. 다음달에는 사용 시 손목 안정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김윤혁 경희대 공대 교수와 공동으로 국제 의공학 저널(JMST)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큰일 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며 “보다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외에도 제품을 널리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