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회복한 데에는 삼성전자의 효과가 컸다.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난달 20% 가까이 급등해서다. 이달에도 삼성전자가 코스피의 주전 선수로 활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코스피지수는 8.0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9.25%나 급등했다.
지난달 4조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 상승을 이끈 외국인은 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들였다.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달 삼성전자 주식을 950억원어치나 사들이면서 3대주주(지분 5.03%)로 올랐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반도체에 대한 순매수 강도는 이례적으로 높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25% 내외(우선주 포함)를 기록 중인데, 한국 증시에 유입되고 있는 자금 대부분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달에도 삼성전자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달 들어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 10개 국내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올렸다. 이 중 이베스트투자증권은 5만8000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하락은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된 상태에서 하반기 성수기 진입에 따른 업황 반등이 예상된다"며 "여전히 매수 추천한다"고 했다.
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도 각각 5만7000원, 5만6000원으로 목표주가를 끌어올렸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주당순이익(EPS) 하향 조정이 마무리되고, 무역분쟁과 메모리반도체 양산 위협 측면에서 중국발 위험 완화, 삼성전자를 포함한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의 공급 조절 시작 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실적도 보수적인 시각이 필요하지만 분기별로는 2분기가 저점일 것"이라며 "하반기 추가 배당 가능성이 높고, 3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 시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세계 경기개선 기대감도 반도체 업종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2011년 미국과 중국 제조업 체감경기가 반등하는 당시 반도체 업종의 수익률과 상승확률이 가장 높았으며, 2012년과 2016년 지수 반등의 주역도 정보기술(IT) 업종에 있었다는 점에서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월 미국 ISM제조업 지수와 중국 PMI제조업지수도 반등했다"며 "글로벌 경기 개선 기대감도 최대 경기민감주(그 시대의 경기를 이끄는 업종으로 정의)인 IT 업종지수 반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1월말까지 각각 22%, 19% 올라 코스피 상승률을 웃돌았지만, 지금부터는 업황과 실적을 반영할 것"이라며 "디램가격은 2분기에도 10% 이상 하락하면서 메모리업체의 수익성은 더 낮아질 것으로, 현재 주가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다"고 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