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주류업체 보해양조가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오너 3세인 임지선 대표의 경험 부족을 돕기 위해 2017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썼지만 줄어드는 소주 점유율을 막지 못했다는 평가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기준 보해양조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09억원으로 전년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820억원으로 17.6%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27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고향인 광주·전남지역에서의 '잎새주'(소주) 점유율 하락이다. 보해는 2000년대 중반 이 지역에서 70%를 넘는 압도적인 소주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10년여 만인 최근 하이트진로 '참이슬'에 밀려 50%대까지 내려왔다.
소주업계 관계자는 "과거 광주·전남에서 소주는 곧 잎새주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인식이) 많이 희석됐다"며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국 1등 소주인 참이슬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대표 제품인 '복분자주'의 판매량이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복분자주는 지난해 생산량 감소가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졌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억원 줄었다.
복분자의 주산지인 전북 지역에서 농가의 고령화 등으로 생산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서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지난해 이상기후로 모종 주기가 7~8년에서 4~5년으로 줄어든 점, 생산농가의 고령화 등으로 복분자주의 원재료인 복분자 열매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재배 농가 역시 감소하면서 수매가도 인상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복분자주는 지난해 출고가를 약 10% 인상했다. 보해양조의 복분자주는 국내 복분자주 시장에서 약 60~7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전라도 정도 천년을 기념하는 기념주 '천년애'에 대규모 마케팅비를 쓴 것도 영업적자에 영향을 미쳤다.
한편에선 오너 3세이자 1986년생인 임지선 대표를 돕기 위해 지난해 사외이사로 들어온 유시민 전 장관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창업주인 고 임광행 회장의 손녀인 임 대표는 2013년 영업총괄본부장으로 경영에 들어온 뒤 국내 첫 탄산주인 '부라더 소다' 등을 출시해 열풍을 이끌었다.
그러나 탄산주에 이은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한데다 탄산주 인기마저 식는 등 어려움 속에 지난해 회사가 구조조정까지 겪으면서 회사 내에서 입지가 줄어들었다.
유 전 장관은 보해양조를 돕기 위해 2017년 이 회사의 사외이사로 들어왔다. 임기는 3년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유시민 전 장관이 보해에 애정을 갖고 임 대표에 여러가지 경영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석에서도 보해 제품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는 등 회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보해양조가 지난해 출시한 천년애에는 유시민 전 장관이 직접 술병에 광고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