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확연해지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올 한 해 우리 경제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비롯해 해를 넘겨온 ‘자동차업계 구조조정 불가피론’ 등이 그렇다.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면서 건설업계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자동차 업계는 개별 기업 구조조정이 그대로 관련 산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분야다.
구조조정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기도 하고 최후의 선택도 된다. 하지만 딱히 정해진 해법이 없고, 쉬운 일도 아니다. 주주와 채권단, 경영진 외에도 노동조합과 협력업체, 때로는 지역사회까지 많은 집단의 이해가 엇갈리는 힘겨운 절차다. 국책은행을 내세운 정부 간섭은 물론이고 ‘갈등 조정’이란 명분 아래 국회나 지방자치단체까지 개입하면서 쟁점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툭하면 제3자를 끌어들이는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구조조정이 비(非)경제 논리에 쉽게 휘둘리는 것도 한국적 전통이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한창 구조조정에 나섰는데, 한국은 과잉 설비를 안은 채 노조 파업을 걱정 중’이라는 한경의 보도(2월7일자 A10면)는 이런 현실의 한 단면을 짚었다. 생산성 저하로 경쟁력은 계속 뒤처지는데 이를 극복할 구조조정이 힘겹게 됐다면 명백한 위기다.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법적, 관행적 걸림돌을 둔 채로는 경제를 살려내기 어렵다.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있기는 하다. 지난해 6월 일몰을 맞았던 것을 10월에 되살린 법으로, ‘신속·원활’에 역점을 뒀다. 하지만 채권금융회사 역할이 강조되면서 금융감독 당국의 개입을 당연시하고 시장의 자율 기능을 경시한다는 비판도 받아온 법이다. 그나마 이런 법조차 뒷전으로 밀릴 때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적 갈등 관행에서 볼 때 금융이나 세제 지원보다 ‘제3자 개입 금지’ ‘한시적 파업 제한 및 해고권 강화’ ‘손실·부실의 분담’ 같은 원칙의 확립이 더 시급하다. 매각 자산 거래에 불필요한 규제가 없는지도 구조조정 활성화 차원에서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은 당사자 모두가 고통을 나눠 지는 힘겨운 과정이지만, 기업 인수합병(M&A)과 부실자산 처리 시장의 활성화에는 호기도 되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때 해고됐던 119명이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중에 모두 복직하게 된 것에도 시사점이 있다.
‘위기가 기회’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부도 역발상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표류 중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의 조기 마무리 여부도 그래서 더 주목된다. 나아가 고용형태, 근로시간과 계약방식에서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구조조정이 촉진된다.
대기업이나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은 해외투자자들에게도 관심거리다. 정부도 공을 들여온 외자 유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글로벌 표준’으로 갈 것인가, 폐쇄적 반(反)시장으로 갈 것인가에 성패가 달렸다. 경제논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구조조정의 걸림돌을 미리 치우는 데서 정부의 규제혁파 의지도 평가받게 될 것이다.